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경제보복이 장기화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상반기에만 수조원대로 늘어나면서 경제계 대처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낮은 목소리’ 태도를 고수할지, ‘적극 대응’으로 바꿀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경제계는 그동안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한상의·무역협회 등은 지난 2월 롯데와 화장품·여행업계 중심으로 피해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사드보복에 항의하는 공식논평을 내지 않았다. 무역업계 차원에서 정부와 함께 피해기업 접수와 지원에 나선 게 고작이다.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라 기업 이익만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지만, 경제계에 신중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한 임원은 “섣불리 목소리를 높였다가 오히려 중국을 자극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고, 중국도 한국과의 교역이 필요해 보복을 계속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며 “특히 현대·기아차처럼 한중 합작기업에 피해가 미치면 자신들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함부로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중국과 다른 나라의 분쟁 사례를 볼 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 경험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드 보복이 넉달 이상 길어지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목소리를 키우지 않던 현대·기아차도 상반기 5조원의 매출 피해를 보면서 경제계의 적극 대응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임원은 “한국여행 제한, 한류에 대한 중국 내 차별, 롯데마트 영업정지 조처,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언론을 동원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사실상의 소비자 불매운동 등은 중국 정부가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이라며 “경제계가 중국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항의하고, 우리 정부에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주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한국 언론이 중국에 대한 압박 없이 한국기업의 피해 상황만 보도하는 것은 자칫 중국의 입지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6월 잇달아 세계무역기구 서비스이사회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를 제기했으나 중국 태도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태다. 사태 초기 사드 보복 확대 가능성을 경고한 엘지(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중국 정부가 사드보복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제사회에서 사드보복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유효한 수단”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2대강국(G2)에 걸맞은 행동을 하도록 국제사회의 압박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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