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한온시스템, 대진유니텍을 공갈죄 고소
“공급 중단 협박해 회사 인수” 주장
현대차·1차협력사 ‘갑질+을질’ 동일
김앤장·검찰 ‘갑질 도우미’도 판박이
한온시스템, 대진유니텍을 공갈죄 고소
“공급 중단 협박해 회사 인수” 주장
현대차·1차협력사 ‘갑질+을질’ 동일
김앤장·검찰 ‘갑질 도우미’도 판박이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 서연의 2차 협력사 태광 고소 건과 여러모로 ‘닮은꼴’ 사건이 있다. 한온시스템이 지난해 4월 부품 공급업체인 대진유니텍을 공갈죄로 고소한 사건이다.
한온시스템은 대진유니텍으로부터 부품을 받아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공조장치를 공급하는 업체다. 서연과 태광의 사례처럼, 한온시스템은 현대차의 1차 협력사, 대진유니텍은 2차협력사인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대진유니텍이 회사를 인수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 공조사업부를 1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진유니텍은 한온시스템의 일방적인 하도급 대금 인하와 납품 물량 축소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가 없었고, 인수계약은 쌍방 합의로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부품 공급 중단을 무기로 회사 인수를 협박했다는 1차 협력사의 주장과, 불공정 하도급 행위로 사업이 어려워졌고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2차 협력사의 주장이 맞서는 것도 태광 사건과 판박이다.
한온시스템의 전신은 한라공조다. 2015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송윤섭 대진유니텍 전 회장은 “한라공조 시절부터 30여년간 부품 공급을 충실히 해왔는데, 사모펀드 인수 뒤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한다. 한온시스템의 새 경영진이 끊임없이 하도급 대금을 깎으려 했다는 것이다. 송 전 회장은 “경영진이 바뀌었으니 성의 표시를 하라며 하도급 대금을 수억원씩 깎으라고 계속 요구했다”며 “거절을 했더니 일방적인 일감 축소로 보복했다”고 말했다. 대진유니텍은 일감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면 하도급 대금 인하에 응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지만, 한온시스템은 추가로 일감을 줄였다. 송 전 회장은 “사업을 더는 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한온시스템에 회사 인수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전 회장은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진유니텍을 인수했다는 한온시스템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송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말 한온시스템과 매각 협의를 할 때 현대차가 납품 중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빨리 계약을 매듭지으라고 독촉했고, 서울 광화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계약을 맺을 때도 현대차 간부가 동석했는데 공갈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 역시 현대차가 2차 협력사 매각을 종용한 뒤 공갈죄 고소사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광 사건과 유사하다.
한온시스템의 법률 대리인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변호사다. 태광 사건에서도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의 뒤에는 김앤장이 있다. 대진유니텍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1차 협력사의 ‘을질’에 대한 하소연은 무시한 채, 송 전 회장을 공갈죄로 기소했다. 대진유니텍 사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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