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출범한 ‘3호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대출 총량의 60% 이상을 소진하면서 고객들의 신규 가입 승인을 중단하는 등 한계에 부닥쳤다. 고민에 빠진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만이라도 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토스뱅크는 영업 시작 나흘 만인 지난 8일 금융당국에 토스뱅크의 대출 총량(5000억원)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날 토스뱅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한도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로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인터넷은행의 핵심적인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라는 점을 짚으며 추가적인 대출 한도 확보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규제 기조에 따라 100만여명이 넘는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10월 한 달 동안 순차적으로 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다. 토스뱅크에 할당된 가계대출 총량이 지나치게 빨리 동 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은행은 일단 출범 첫날 1만명에 한해서만 가입을 승인한 것을 시작으로 이틀 동안 10만명에게 문을 열었고, 연휴를 앞둔 금요일에는 25만명의 고객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출범 나흘 만인 지난 8일 대출 총량의 60%에 달하는 3000억원 이상이 소진됐다. 이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약 25%다. 이에 은행은 9∼11일 연휴에 이어 12일까지 나흘 동안 신규 고객에 대한 가입 승인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대해 은행은 한 번에 너무 많은 가입자를 받아 대출량이 폭증하면 한도가 순식간에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속도 조절을 하며 고객들의 대출 추이를 지켜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13일 10만명에 대한 서비스 이용을 승인하는 등 가입 절차를 재개했다. 신규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 쪽은 사실상 이번 주 안에 대출 한도 5000억원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출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에 한해 사실상 한도를 올려달라는 요청을 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신생 인터넷은행의 사정을 봐줄 지가 관건이다. 은행 쪽은 지속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한도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이날 현재 금융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렇듯 토스뱅크 쪽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기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 따른 풍선효과로 보인다. 특히 아직 토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대체로 신용대출 등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가 무료라 신용대출의 수요 쏠림이 더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일부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실수요자 대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해 비대면 신용대출에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13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이미 7월부터 부과 중이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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