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소기업·소상공인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처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오는 9월 종료되는 지원책의 ‘연장 여부’를 살펴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이미 4차례 기간이 연장된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에 대해 이제는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과 여전히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국회는 지난 29일 추경안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9월 말 종료 예정인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관련 연착륙 조처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금융권과 추가 연장 조처를 협의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애초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는 “추가 연장 조처를 검토해야 한다”는 훨씬 강한 의견이 달렸으나 최종 국회 통과 때는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국회가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부대의견 문구를 유연하게 수정했지만 ‘연장’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회 의견이 중요한 이유는 직전 금융지원 연장 때 ‘부대의견’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월에도 추경안 통과 때 금융지원 연장의 부대의견을 달았고, 정부는 이를 반영해 종료 시점을 3월에서 9월로 미뤘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처다. 2020년 4월부터 시행됐으며, 4차례 기간 연장으로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지원을 받고 있는 대출 잔액은 총 133조4천억원이다. 금융지원은 자영업자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말) 대비 224조3천억원 급증했으나, 취약차주(다중채무·저소득·저신용) 연체율은 4.4%로 비자영업자 취약차주(5.8%)보다 오히려 낮은 상태다.
그러나 지원 조처가 2년을 넘어가자 위험을 뒤로 미루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부상하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수면 아래에서 곪으면서 종료 시 부실 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에게 갚을 수 있는 탈출구를 서서히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도 오는 9월 종료를 대비해 연착륙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잠재부실채권을 30조원 매입해 채무조정을 하거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국회도 혹시 지원이 종료될 경우를 대비해 또 다른 부대의견으로 “채무구조조정에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 등도 포함하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9월 금융지원 종료 시점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을 아직 배제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경기침체) 가능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하반기 경기가 어려워지면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거두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9월 전까지 종료를 전제로 연착륙 방안을 최대한 마련해놓고, 연장 여부는 그때 경제 상황에 맞춰 결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에 “금융지원 조처는 종료를 대비해 연착륙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맞다”며 “다만 코로나19, 금리 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 등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므로 연장 여부는 9월 종료 시점의 상황을 점검한 뒤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