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 대상에 오른 지표가 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결정되는 원-달러 환율이다. 최근 환율 급등 배경에는 엔디에프 시장에서 원화를 먹잇감으로 삼은 투기 세력이 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왜 유독 원화 엔디에프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걸까.
차액결제선물환은 말 그대로 차액만 결제하는 선물 거래다. 만기에 계약원금을 주고받는 대신 계약한 선물환율과 만기 때 현물환율 간의 차액만 정산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런던과 뉴욕 등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한데다가 달러로 정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아직 외환시장 개방도가 낮은 인도와 타이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환 헤지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로도 투자가 가능해 글로벌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되기 쉬운 측면도 있다.
특히 원화 엔디에프 시장은 다른 통화에 비해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일단 거래 규모가 가장 크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종합하면, 2019년 4월 기준으로 전세계 엔디에프 시장에서 원화 거래 규모는 일평균 601억300만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원화는 역외 엔디에프 시장과 역내시장의 동조화가 가장 뚜렷한 통화로도 꼽힌다. 국제통화기금이 2013∼2020년 아시아 6개 통화 환율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원화의 역내-역외 환율 차이가 가장 작았다. 바꿔 말하면 투기 세력이 역외 엔디에프 시장에서 환율을 끌어올리면 역내 환율도 따라 오른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그 원인으로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를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서울 외환시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역외시장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간밤에 역외시장에서 달러 엔디에프를 매도하고 나면, 달러 매도-매입 포지션을 중립으로 맞추기 위해 이튿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현물환을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다시 현물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엔디에프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꼬리(엔디에프)가 몸통(서울 외환시장)을 흔드는 격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역외 엔디에프 시장의 영향력이 한국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통화기금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역내에 루피아로 정산되는 엔디에프 시장이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은행들의 역외 엔디에프 시장 참가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역외 선물환(DF) 시장이 엔디에프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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