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이후 시장에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늦추는 주범으로 지목해왔던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재차 확인된 탓이다. 연준이 금리를 기존에 제시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리게 될지 주목된다.
15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전망한 올해 7월 정책금리 상단은 이날 한때 5.45%(확률 가중평균)를 기록했다. 전날 전망치(5.39%)보다 더 뛰었을 뿐 아니라, 연준이 예고한 최종 정책금리 상단 5.25%를 크게 웃돌았다. 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14일(현지시각) 연 4.64%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0.10%포인트 올랐다.
한국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2.8원 뛴 1282.2원에 마감했다. 두 자릿수 상승폭은 이달 들어 6일(23.4원)과 13일(12.1원)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감돈 전운의 배경에는 14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4% 오르며 전문가 전망치(6.2%)에 비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달(6.5%)보다 상승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 셈이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의 하락)이 더딜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특히 근원 서비스 물가(집세 제외)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제임스 퍼먼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이 항목의 3개월 전 대비 상승률(연율)은 전달 약 3.8%에서 1월 3.9%로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인사들도 잇따라 매파적인 발언을 내놨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같은 날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과 우리가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근원 서비스 물가(집세 제외)에서는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상향 조정한 최종 금리 예상치(5.00∼5.25%)에 이미 서비스 물가 오름세에 대한 전망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 탓이다. 이제까지 누적된 금리 인상분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연준이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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