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해 한 차례 더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도 5%대 금리를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며 현행 연 5.25~5.50%인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 회의 때까지 10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올린 뒤 6월에는 동결, 7월에는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연준은 이날 정책금리를 묶으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한 탓에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4분기 실질 성장률(전년 대비) 예상치를 2.1%로 이전 전망치(1.0%)보다 상당히 올려 잡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활동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강력하다. 물가 상승률을 2%로 안정적으로 끌어내리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연방공개시장위 참석자들의 정책금리 목표치는 훨씬 높아졌다. 이들은 정책금리가 중간값 기준으로 올해 말 5.6%까지 오른 뒤 2024년 말 5.1%, 2025년 말 3.9%, 2026년 말에는 2.9%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 정책금리 중간값은 이전 전망(4.6%)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연내 한 차례 정책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며, 내년에도 5%대 고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상단 기준)가 2.00%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금리 격차 확대는 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불러올 수 있으나 국내 경기 회복 지연 등이 한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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