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5개월째 기준금리 1.25% 유지
이주열 “7월 이후 커다란 상황 변화”
연내 금리 동결기조 지속 예상 많아
이주열 “7월 이후 커다란 상황 변화”
연내 금리 동결기조 지속 예상 많아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3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연 1.25%인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0.25% 금리를 낮춘 이후 14개월 연속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동결 결정이 유력했던 터라, 이날 금통위에 쏠린 관심은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고 북핵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한은이 국내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한은은 통화정책결정문에 “지난 7월에 전망한 성장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란 문구를 넣기는 했으나, 이달 초 크게 불거진 북핵 리스크에 내재된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7월 이후 커다란 상황 변화가 있었다. 긍정적 요인으로는 좀더 강화된 세계 경기의 회복세와 추경(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북핵이라는 커다란 하방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고 더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리스크는 워낙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이며 (경기를 전망할 때) 대단히 중요한 팩터(요인)이나 현재 그 팩터를 경제 전망 수치에 집어넣어 반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핵 위험은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속성 탓에 위험의 ‘크기’를 수치화할 수 없지만 경기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이달 초 발표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경기 하방 요인이라고 한은은 짚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이후 중장기적인 시계 속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온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조짐이다. 이 총재는 8·2 부동산 대책이 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에서 이런 의중을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난 2일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 나왔고 다음달(9월)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정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다고 하면 당연히 (금리 인상 요인인) 금융안정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통화 완화 정도의 축소 시급성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젠가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판단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황이 총량 면에서 보면 매우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되는 완화 기조는 여전히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환경 지속이 가져올 부작용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를 예민하게 바라보는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한은의 발표에 대해 일단 연내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 것으로 해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과거처럼 성장 경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보다는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에스케이(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채권시장에서 약세(금리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규모가 크다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 총재의 언급을 다소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이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은은 이날 경기에 대해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 점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