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수뇌부가 11일 최근 투기성 흐름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 규제 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변동이 ‘폰지’(다단계 금융사기)에 가깝다는 날선 비판을 내놓는가 하면, “선물 거래는 금지한다”거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는 구체적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금융위는 전면 거래 금지를 요구하는 법무부에 견줘서는 좀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최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비트코인과 관련한 정부 내 규제 논의와 관련해, “절대로 가상통화 거래소를 (정부가) 인가한다든지 선물 거래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가상통화 거래에 뛰어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간 (가상통화) 거래소를 부수 업무로 취급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제도권) 금융회사가 여럿 있었지만 모두 다 막았다”고 거들었다. 가상통화 시장이 제도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이런 강경한 발언에는 가상통화 시장의 가격 급등락 현상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의 불안감이 묻어 있다. 특히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투기를 줄이는 게 정책 방향”이라는 최 위원장의 발언에는 비트코인 가격 급변동을 ‘투기’로 보는 시각이 담겼다. 김 부위원장도 “가상통화 가격 상승은 어디까지나 다음 사람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이를 받아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는 다분히 ‘폰지’(현상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락 현상이 금융사기와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비트코인 규제에 일정한 ‘여지’를 열어뒀다. 최 위원장은 ‘정부 내에선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법무부 입장은 그렇다”고 확인한 뒤 “(전면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전면 거래 금지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도 “정부 내에선 거래 금지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일단) 거래 금지의 법적 근거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 방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이 과도하게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금융기관이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등 자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본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금융기관이 고위험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김경락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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