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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첫 여성 임원 인혜원·김경애 상무
KB손보 첫 여성 임원 인혜원·김경애 상무
인혜원(오른쪽), 김경애 KB손해보험 상무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KB손해보험 사옥에서 사진 취재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연히 주택은행 채용공고 본 인연
27년 국민은행서 일하다 KB손보로
“험한 길 먼저 간 선배들 덕분에…
여직원도 결국은 일로써 보여줘야” 김경애 CNS경영지원본부장
엘지화재 콜센터 상담원서 시작해
첫 여성이자 첫 내부발탁 임원까지
“‘여자가 이 정도면…’ 틀에 가두면
기회 놓칠 수 있어 적극적 태도를” 둘 다 회사 생활은 우연에 가까웠단다. 인 상무는 법학을 전공해 행정법 석사학위까지 받은 뒤 우연히 옛 주택은행 채용공고를 보고 ‘현장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던 게 합격으로 이어져 27년간 은행원으로 생활했다. 인 상무는 케이비은행에서 일선 지점장과 신용리스크부장 등을 거쳐 올해 케이비손보로 옮겨왔다. 김 상무는 대학 졸업 뒤 엘지(LG)반도체에 입사해 인사부에서 근무하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와 합병될 때 퇴직했고, 엘지화재(케이비손보의 전신) 상담원 채용공고를 보고 ‘같은 엘지 계열사여서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게 인연이 돼 오늘에 이르렀다. 콜센터 상담원에서 시작해 직장에서 ‘별’인 임원 자리에 오른 김 상무는 “첫 여성 임원이기도 하지만, 첫 내부 승진 임원이어서 어깨가 더 무겁다”고 말했다.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더 힘들었던 시절을 거쳐온지라, 가족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기억이 많은 것 또한 서로 비슷했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힘들었다. 아프거나 유독 떨어지지 않으려던 날, 떼어놓고 출근길에 나서면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라고 고민도 하는데 출근해서는 일에 파묻혀 살았다”는 김 상무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어느새 알아서 밥도 먹고, 병원도 가는 등 저와 상의 없이 하는 일이 너무 많아져 당황스러워하는 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상무는 또 “지금도 저희는 일요일 저녁마다 회의 비슷하게, 우리끼리는 주간회의라며(웃음), 이때 서로 일정들을 공유하고 스케줄을 짜며 언제는 누가 일찍 집에 들어오고, 둘 다 안되는 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한다”며 가족 사이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 상무는 “시댁에서 (일하는 며느리를) 이해해주는 편이었고, 남편도 그 시대 평균보다 보수적이지 않았다. 딸이 하나 있는데, 가까이 살던 친정엄마가 키워주다시피 했다”며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안일은 어떻게 했느냐?’는 물음에는 “음…. 지저분한 게 싫은 사람이 청소하게 되더라. 참고로 나는 좀 지저분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웃었다. 워킹맘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을 묻자 인 상무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요즘 여성 우대나 발탁이 남성 직원들에게는 기회 박탈로 생각될 수 있거든요. 결국 여성이 가서도 그 일을 잘 해내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또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수신(예금)은 여성, 여신(대출)은 남성’처럼 벽이 있는데, 이런 걸 깨는 도전을 하면 더욱 좋겠고요.” 김 상무도 “돌이켜보면 나 또한 ‘여자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여자가 이런 것에까지 나서는 것은 아닌 것 같아’라며 자신을 틀에 가둬놓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틀에 가둬놓으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매사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에 관해 물었다. 서로 사양하던 끝에 언니인 인 상무가 입을 열었다. “지금이 시대적 경계인 거죠. 남성들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여성들에겐 금기시됐던 일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변해가는 방향은 맞는 것이고, 앞으로 직장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부당한 일들이 더 사라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 상무도 한마디 보탰다. “맞아요. 과도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닌데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더 주목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지금도 직장에서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예비 직장인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오해할까 봐 조금 우려되기도 해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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