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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모유 유축하려고 3시간마다 화장실 가던 선배 기억 생생”

등록 2018-07-02 05:00수정 2018-07-02 17:09

Weconomy | 위미노믹스

‘빌딩블럭스’ 김희영 대표
국내 ‘공유사무실’ 중
첫 여성공간·수유실 마련
자녀 맡길 ‘키즈존’도 계획
“업무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되길”
27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빌딩블럭스’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김희영 빌딩블럭스 대표의 모습. 김효실 기자
27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빌딩블럭스’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김희영 빌딩블럭스 대표의 모습. 김효실 기자

‘9%’. 서울 스타트업(신생 벤처) 창업가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자릿수에 불과한 이 수치는 2016년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이 낸 백서에 기록돼 있다. 기업 환경이 여성 창업가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 크다. 그래도 여성들은 꾸준히 도전한다. 전국적으로 여성이 대표이사이거나 대주주인 기업은 1997년 92만4천여곳에서 2016년 149만7천여곳으로 61.9% 늘었다.(아이비케이경제연구소)

스타트업 ‘빌딩블럭스’는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의 든든한 지원자를 꿈꾸는 ‘공유 사무실’(코워킹 스페이스) 사업자다. 국내 공유 사무실 중 처음으로 여성 전용 공간과 수유실을 마련했으며, 하반기에는 이용자가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키즈존’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대로에 자리한 빌딩블럭스에서 김희영 대표(37)를 만났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는 동안 세계 최초의 공유 사무실 업체 ‘위워크’의 성장을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공유 사무실 창업을 준비하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성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간에 구현해 보자’는 데 아이디어가 닿았다. 그는 과거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 직장 선배가 3시간마다 화장실로 모유를 유축하러 다녀오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대형 법인인데도 남성 직원 비율이 훨씬 많다 보니,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국내 스타트업 환경도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공유 사무실 공간들은 여전히 젊은 남성 창업가 위주로 설계됐다고 생각했다.”

국내에는 모델로 삼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국외로 눈을 돌리니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여성·가족 친화적인 공유 사무실 업체가 성업 중이다. 특히 일본 도쿄의 ‘해치코워킹스페이스’가 우선적으로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미취학 자녀를 돌봐주는 ‘데이케어’ 시스템이 관심이 갔다. 김 대표는 카타야마 유시 해치코워킹스페이스 대표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조언을 들었다. “일본도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는 일이 사회문제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해치코워킹스페이스는 2012년 문을 열었는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다고 해서, 한국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대부분 빌딩블럭스 구상을 환영했다. “스타트업 특성상 소수 인원으로 꾸려지고 팀원 개개인이 매우 중요해, 대체 인력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집을 갖춘 공유 사무실이 있는지 수소문해본 경험이 있는 대표가 있는가 하면, 한 여성 대표는 자신이 임신을 계획 중이라 빌딩블럭스가 문을 열면 꼭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빌딩블럭스는 1~6인실 분리형 사무공간 41개, 고정석 없이 옮겨다닐 수 있는 ‘핫 데스크’ 59석을 갖췄다. 여성 전용 공간으로 분리형 사무공간 7개, 핫 데스크 6개를 배치했다. 디자인·패션 등 뷰티산업과 문화예술 분야 스타트업을 위해 원단과 도면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과 제품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 등도 있다. “‘여성·가족친화적’이라고 표현했지만, 빌딩블럭스가 지향하는 가치는 ‘다양성’과 ‘조화’다.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모든 고객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긴밀히 교류하길 바란다.”

지난달 21일 이용자 모집을 시작한 뒤, 모녀 구두 디자이너가 빌딩블럭스의 여성 전용 공간을 둘러본 뒤 ‘1호 계약자’로 합류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빌딩블럭스가 업무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도록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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