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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염치없는 이통사, 사회취약계층 요금 인하까지 ‘딴죽’

등록 2017-09-12 15:04수정 2017-09-12 20:54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0원 가입자 80만명 발생 부작용” 의견서 내고 ‘언론플레이’
시민단체, ‘기본료폐지 무산시키고 요금인하도 무력화’ 비판
통신비 인하 방안 ‘각개격파’에 대통령 공약 줄줄이 결딴 날판
지난 6월15일 통신 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통신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6월15일 통신 소비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통신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 방안대로 사회취약계층의 이동통신 요금감면 폭을 확대하면 요금을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가입자가 80만명 정도 발생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취약계층 이름으로 이동통신을 개통한 뒤 실제로는 자녀 등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도 있다.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차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준비중인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이동통신 요금 감면 폭 확대 방안에 ‘딴죽’를 걸고 나섰다. 이통사들은 과기정통부 방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로써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하지만, 각계에서 제출된 의견 가운데 유독 월 요금 0원 가입자 발생 부분이 일부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으로 볼 때 이통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과기정통부가 예고한 대로라면, 빠르면 올 연말쯤부터 사회취약계층의 이동통신 요금이 월 1만1천원씩 추가로 감면된다. 생계·의료수급자는 월 최고 3만3500원, 주거·교육급여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2만1500원, 기초노령연금수급자는 1만1천원씩 감면받는다. 대상자 가운데 월 발생 요금이 감면액보다 적으면 요금을 한푼도 안낼 수도 있다.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이동통신 요금 부담이 줄거나 사라진다니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를 요금감면 확대 정책의 ‘부작용’으로 간주해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가입자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고, 분기마다 가입자당 2천원씩 전파사용료도 내야 한다. 사실상 마이너스 매출이 발생하는 꼴”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통사 쪽에서는 요금감면 확대가 매출을 감소시키니 전혀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국민 호주머니만을 대상으로 해마다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 뻔뻔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 통신비 인하 공약의 앙꼬는 ‘기본료 폐지’였다. 그런데 이행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기본료 폐지는 슬그머니 빠지고,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사회취약계층 이동통신 요금 감면 폭 확대, 보편 요금제 신설 등이 앞세워졌다. 염치가 있다면 취약계층의 요금감면 확대를 놓고 투덜거리면 안된다.

게다가 사회취약계층이 통신비 감면을 받으려면 해마다 동·면사무소에서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를 떼어 이통사에 제출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이를 ‘망신주기’ 절차라 부른다. 이 때문에 대상자이지만 요금 감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반쪽짜리가 돼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이통사들의 행태를 두고 “장기판에서 상대를 배려해 ‘차·포’를 빼줬더니 ‘졸’까지 빼달라고 하는 꼴”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더욱이 이통사들은 월 정액요금으로 기본 제공된 데이터를 소진한 뒤 추가로 사용하는 초과 사용분에 대한 요금을 4~5배 이상 비싸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가입자들을 실제 이용량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켜 요금을 더 받아내는 짓까지 하고 있다. 한 이통사 임원은 “비공개로 파악해보니 꽤 많은 가입자들이 실제 이용량보다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 3사 가입자들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더 내는 요금을 다 합치면 4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이른바 ‘빅데이터’를 통해 누가 실제 이용량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돼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 방관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쪽에서는 이통사들이 1차로 자잘한 대안을 여럿 제시해 기본료 폐지를 무산시킨 뒤, 2차로 대안들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는 ‘각개격파’ 전략을 쓰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소송 검토”란 말로 과기정통부를 압박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의 소급 적용 및 전환 시 발생하는 위약금 면제를 무산시켰다. 이로써 기존 약정자 1400여만명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을 보면,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면서 20% 약정자들을 위약금 없이 갈아타게 했을 때의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감소 폭은 올해 1115억원, 내년에는 4059억원에 이른다. 반면 신규 약정자만 대상으로 할 때의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감소액은, 올해는 180억원, 내년에는 2836억원에 그친다.

시민단체 쪽 분석대로라면, 이통사들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쭉정이로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확대를 무력화시키고, 다음에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방해하기로 했을 수 있다. 앞서 <한겨레>는 통신비 인하 방안이 나왔을 때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맞아떨어진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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