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반쪽짜리도 못되는 서비스로 비싼 요금을 받는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통신사들은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 때 ‘품질이 홍보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각 통신사가 ‘전기통신사업법’과 ‘전기통신역무 선택에 필요한 정보제공 기준’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지만, 속도 등 구체적인 성능은 알 수 없다”며 “5세대 이동통신 가입 계약 시 현재 통신품질과 향후 망 구축 계획 등을 알려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난만큼 서비스 기지국 설치 확대와 건물 내 커버리지의 안정적 확보 등을 통한 통신 품질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 통과율이 낮은 5세대 이동통신 전파 특성상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지국이 설치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입법조사처는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조건의 개선 필요성도 내놨다. “기존에는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시 연도별로 일정 수의 기지국을 구축할 의무만을 부여했는데, 앞으로 주파수를 할당할 때는 단순한 기지국 개수뿐만 아니라 속도와 지역별 커버리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망 구축 의무에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면 이를 전파법 시행령에 반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4월 상용화된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는 737만명(6월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6963만명 가운데 10.6%가 5세대 이동통신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당매출을 높이기 위해 5세대 이동통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올 연말쯤에는 1천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은 여전히 ‘반쪽짜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도 이용시간의 85% 가량은 엘티이(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속도 등 성능도 애초 선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세대 이동통신 설비 확대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아직은 엘티이 통신망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귓등으로 흘리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쪽에서는 비싼 단말기와 요금제에 견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가입 계약 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란 지적까지 나온다.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분쟁조정신청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차별화된 품질 수준이 구현될 때가지 한시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높은 속도와 접속 시간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통신사들이 홍보한 속도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그나마 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가운데 절반 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간 격차가 큰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는 각 의원실에 전달돼,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질의 때 활용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