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뽑힌 아임미미의 광고(사진 가운데), 최악의 광고로 뽑힌 토니버거 동영상 광고(사진 왼쪽 위), 최악의 광고로 뽑힌 AIG의 여행자보험 광고(사진 왼쪽 아래), 최악의 광고로 뽑힌 풀무원 기업 이미지 광고(사진 오른쪽 위), 최악의 광고로 뽑힌 다이어트 프로그램 쥬비스 광고(사진 오른쪽 아래), 그래픽_김지야
광고 속 성차별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소비자들이 여성혐오 발언을 한 남성 모델을 기용하거나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광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광고 속 성차별 실태 조사 결과는 여전히 이같은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28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광고 속 성차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발표를 보면, 상당수 광고에서 성차별 요소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민우회의 광고 모니터링단은 6월 방영된 지상파·케이블·극장·유튜브 광고 684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899개 광고 내용(중복 계산) 가운데 절반이 넘는 497개(55%)가 여성을 ‘주부’로, 남성을 ‘전문직’으로 표현하거나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이 여성성의 중요 요소라고 표현하는 등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205개(23%) 광고는 여성 몸의 일부를 맥락 없이 강조, 전시하거나 상품과 동일시하는 등 성적 대상화한 표현을, 16개(2%)는 여성혐오적 지칭을 담고 있었다.
‘최악의 광고’도 여럿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풀무원 광고는 밥상을 차리는 인물을 여성으로 한정해 성 역할 고정관념 사례로, 토니버거 광고는 여성 모델의 입술과 가슴 등을 강조하며 ‘너무 커’라는 대사를 넣어 성적 대상화 사례로 꼽혔다. 황소연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과거와 달리 여성이 광고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 속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인물 및 상황 묘사가 다수”라며 “광고의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상 광고의 공통 특징은 ‘20대 이하 여성의 과다, 40대 이상 여성의 부재’로 나타났다. 지상파 광고 가운데 40대 여성은 4명 등장했고 50·60대 여성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40대 남성은 13명이, 50·60대 남성은 각각 4명씩 등장했다. 인터넷·극장 광고에서도 40대 여성은 한 명만 등장했으나 같은 나잇대 남성은 7명이 나왔다. 또 50·60대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대부분 광고 속 여성 인물은 10∼2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정기현 한신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는 “광고계가 사회를 앞서간다기보다 통계적으로 변한 것 정도만 반영한다. 광고 속 여성 등장인물 가운데 전문직이 늘었다지만, 이는 통계적인 수치가 나온 거라 어쩔 수 없이 반영하는 정도다. 그래서 광고 속 성차별적 내용도 크게 바뀌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고 속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안도 나왔다. 종합 광고대행사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김진아씨는 “아이디어로 경쟁하면 된다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광고안은 솔직히 잘 안 팔린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여성 임원들을 일정한 비율로 기용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도적 압박이 있고, 성차별적 내용에 민감하고 젠더 감수성이 있는 여성 임원들이 많아지면 더 빨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