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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탈탈… 대한항공 탈곡기 넣고 돌린 ‘내부자 1800명’의 힘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04-28 10:00수정 2022-08-19 14:31

[더(the) 친절한 기자들] 조양호 일가 비리 총정리
이명희 이사장 삿대질 폭행 영상 공개되고
대한항공 비서실 사적 동원 이메일도 드러나
특별 관리된 대한항공 관리코드 KKIP 확인되고
대한항공과 세관 공무원의 검은 공생까지
대한항공 조양호 총수 일가 백화점식 비리
조양호 대한항공 일가. 그래픽_장은영
조양호 대한항공 일가. 그래픽_장은영

“대한항공 직원들이 스스로 힘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를 물러나게 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꿔 더 좋은 회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만난 한 대한항공 현직 직원의 호소입니다. 그는 이날 익명의 단체 채팅방(이하 단톡방)을 열어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를 모아 보겠다고 했습니다. 열흘 사이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는 1800여명의 전·현직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카톡방에는 △한진그룹 조양호 총수일가 음성 녹취 파일 △갑질·부당한 업무지시 △세관 통과·세금 탈세·비자금 △제주도 제동목장 관련 불법 비리 △관세청·국토부 등 주무기관 관련 비리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호텔 공사 관련 불법 비리 등을 최우선으로 제보하기 바란다는 공지가 떴습니다. 이들은 오늘도 어떤 문제를 고발하고, 또 해결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이 불거진 초반에는 이 사건을 성격이 나쁜 한 재벌 3세의 일탈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한 ‘일탈’에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적 소유가 낳은 모순이라는 쪽으로 옮겨가게 된 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를 낸 대한항공 직원들 덕이 큽니다. 직원들은 단톡방을 통해 총수일가의 민낯을 세상에 알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직원들이 제보한 영상과 내부 문서 등은 총수일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을 주물러 왔다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가 됐습니다. 덕분에 ‘팩트’로 무장한 보도가 여러 언론에 공개될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리면서, 이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알려진 대한항공 조양호 총수일가의 문제점 보도들을 [더(the) 친절한 기자들]로 다시 한 번 정리해 공개합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이명희 이사장의 삿대질·폭행 영상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2014년 5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에 찾아와 (왼쪽) 현장 직원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고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2014년 5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 신축 조경 공사장에 찾아와 (왼쪽) 현장 직원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고

조현민 전무의 ‘물세례 갑질’에 이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낳았습니다.

<한겨레>는 2014년 5월 이명희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 내 조경 공사장을 찾아가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이명희 이사장의 폭언에 대한 증언들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영상 속 이명희 이사장은 한 여성 직원에게 삿대질하며 꾸짖고, 공사 현장 바닥에 놓인 자재를 발로 차기도 했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여성 직원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는가 하면, 등을 손으로 밀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한 남성 직원이 이명희 이사장을 붙잡고 말렸지만, 오히려 화를 내면서 남성 직원이 갖고 있던 설계도면 뭉치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보도 뒤,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직원이라고 밝힌 ㄱ씨가 메일을 통해 “영상 속 여성이 이명희 이사장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ㄱ씨는 “이씨에게 피해를 본 여성 분은 당시 현장에 파견 나왔던 설계 사무실 직원”이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본 복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도 영상 속 난동을 부리는 여성이 이명희 이사장이 맞다고 증언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수행 업무를 맡았던 현직 직원은 “큰 키와 긴 카디건 등 평소 이씨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했습니다.

▶영상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관련기사 : 여직원 밀치고 서류 던지고…이명희 추정 ‘갑질 영상’ 나왔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 관리코드 KKIP

조양호 총수일가가 대한항공을 이용해 고가 명품 등 개인 물품을 사내에서 사용하는 물품인 것처럼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문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관세뿐만 아니라, 항공 운송료도 지불하지 않았는데요. 해당 문서를 통해 ‘케이아이피’(KIP)라는 총수일가 관리코드도 확인됐습니다.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내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수년 전 항공기 부품 명목으로 150㎏이 넘는 물품을 반입했습니다. 항공기 수입 부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조양호 일가는 자신들이 쓸 가구 등을 들여오면서 이를 항공기 부품으로 허위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겁니다. 아울러 대한항공 사내 물품을 대한항공 비행기를 이용해 운반한 셈이어서 운송료를 낼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제보한 ㄴ씨는 “총수일가의 사적 용품이 사내 용품으로 거짓 신고돼 불법 운송된 기록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제보자 ㄷ씨는 “(총수 일가) 화물이 비행기에서 반출되면 대한항공 쪽 스타렉스 차가 도착해 화물을 싣고 쫓기듯 돌아갔다. 자택관리 인원이 운반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대한항공 총수 일가, 고가 명품 밀반입 정황 문서 나와

#대한항공 비서실 “사모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 자료

대한항공에서 아무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이명희 이사장이 비서실을 동원해 사적으로 사용할 물품을 반입한 정황이 담긴 문서도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비서실이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이사장을 보좌했다는 증언은 있었지만, 내부 문건이 공개된 건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25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메일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 비서실은 2009년 대한항공 한 국외 지점장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비서실은 메일에 “사모님께서 아래와 같이 지시하셨습니다. ○○○ 제일 좋은 것 2개를 구매해서 보낼 것, 제품 카탈로그를 보낼 것”이라며 이른바 ‘사모님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이메일 자료에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국내외 지점을 통해 개인 물품을 조직적으로 반입한 흔적이 드러납니다.

대한항공 비서실은 2008년 ‘KKIP ITEM H/D 관련 유의사항 재강조’라는 지시 메일을 국내외 지점장에 보냈는데요. ‘KKIP’는 Korean Air(대한항공)에 VIP를 더한 KIP 앞에 K를 하나 더 붙인 코드로, 조양호·이명희 부부를 의미합니다. H/D는 ‘핸들링(Handling)’의 약자로 업무수행을 뜻합니다.

비서실은 “메일 내용에 최고 경영층 명기 금지 → 가능한 DYS(비서실) ITEM(품목)으로 표시, 운송 ITEM(품목)에 대한 상세 내역 기술은 지양하고 부득이 내용물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유선으로 실시”라고 전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깨알같이 지시한 이유는 대한항공 회사 차원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가 사용할 물품을 반입하고 있음을 최대한 감추려 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관련기사 : 이명희, 개인 물품 반입에 대한항공 비서실 동원했다

#대한항공·세관 공무원 검은 공생?

24일 <한겨레>가 확보한 이메일 자료

총수 일가의 국외 물품 밀반입 및 관세 탈루 의혹은 단순히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 쪽과 세관 당국이 공모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습니다.

인천공항세관에서 일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대한항공 쪽에 항공권 좌석 변경 등 편의를 요청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대한항공은 세관 직원들이 국외로 나갈 때 좋은 좌석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고, 요청은 실제로 반영됐습니다. 공무원들은 지난해 3월25일 인천공항에서 파리 드골공항으로 가는 대한항공 KE901편을 이용했는데, 좌석은 이코노미석 퍼스트 로(1열)에 해당하는 자리(30D~30G)로 예약됐습니다.

변경된 좌석은 이코노미석 가운데 가장 넓고 쾌적한 인기 좌석으로 보통 24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동반한 승객에게 배정되는 좌석입니다. 보도가 나온 뒤 관세청은 부랴부랴 내부 감찰을 시작했지만, 관세청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관세청 직원들도 어차피 한통속”, “셀프 조사”라는 불신의 목소리도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대한항공에 편한 좌석 변경 요청한 세관 공무원, 특혜?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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