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청산을 피하기 위한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회사를 살릴 새 투자자를 알려달라며 정한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잠재적 투자자 쪽에선 감감 무소식인 탓이다.
28일 쌍용차와 금융권 말을 들어보면, 이날 현재까지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이 요구한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새 투자자를 찾아 스스로 회사를 살리겠다며 법정관리 절차 개시를 미루는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기간을 두달간 얻은 바 있다. 지난달 28일 유예 기간이 일단 끝난 뒤, 법원은 재차 인수의향서를 이달 말까지 내라는 ‘보정명령’을 한 바 있다. 보정명령에서 정한 시한을 넘기더라도 회생 혹은 청산 절차가 곧바로 개시되지는 않지만, 쌍용차를 둘러싼 긴장감은 나날이 커가는 흐름이다.
앞서 쌍용차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법원 개입에 앞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스스로 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피 플랜’을 내놨다. 마힌드라그룹이 감자를 통해 현재 지분 75%를 25%로 낮춰, 새 투자자가 적은 비용(2억5천만달러, 약 2800억원)으로 쌍용차의 대주주가 되는 방식이 여기에 담겼다.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하지만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 종료 시한 한달이 지나도록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현재 HAAH오토모티브는 캐나다 지역의 전략투자자(SI) 1곳, 중동 지역의 금융투자자(FI) 2곳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가 쌍용차의 경영환경 악화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최종 투자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 11일 인도 중앙은행이 마힌드라의 감자 계획을 승인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자국 기업의 외국투자 지분 매각 때 25% 이상 감자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이 승인을 하지 않는다면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매각을 포함한 자구 계획을 새로 써야할 상황이었다.
쌍용차 쪽은 앞으로의 운명을 예측하기 어려워 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언제 법정관리 절차 개시 유예기간을 종료할지 알수 없는 상황인데다, HAAH오토모티브 쪽이 예비 투자자들과 ‘비밀유지 협약’을 맺은 탓에 협상 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쌍용차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잠재적 투자자가 있고,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가능한 빠른 시간에 피플랜이 시작되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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