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중기·스타트업

“머무름이 여행이 되는 곳…서촌 전체를 하나의 ‘마을호텔’로”

등록 2022-07-04 18:58수정 2022-07-05 02:35

[짬]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이상묵 대표 제공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 이상묵 대표 제공

‘머무르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공간’.

올해 설립 7년인 숙박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의 대표 홍보 문구이다. ‘파인 스테이(좋은 숙소)’ 추천을 표방하는 이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외 숙박업소는 현재 500여 곳이며 자체 운영하는 숙소도 30곳이나 된다. 서울 경복궁 옆 서촌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옥 숙소도 침실에서 만월창으로 마당 단풍나무를 보고 다도와 족욕도 즐길 수 있는 한옥 ‘누와’ 등 10곳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매출은 해마다 2배 가까이 늘어 2019년 9억8천만원에서 지난해는 35억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올해는 60억원을 예상한단다. 직원도 설립 때 4명에서 60명으로 늘었다.

지난 28일 서촌 사무실에서 이상묵(41) 스테이폴리오 대표를 만났다. 그는 성균관대 건축학과 선배이자 대학 때 록밴드를 함께한 노경록·박중현씨와 2013년에 설립한 건축디자인 회사 지랩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지랩은 스테이폴리오 자체 운영 숙소를 짓거나 고치는 일을 맡고 있다.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거는 곳이죠. 영감과 치유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하루 머무름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곳이죠.” 이 대표에게 ‘파인 스테이’가 뭐냐고 하자 나온 답이다. 이런 신념 때문에 플랫폼 입점을 바라는 숙소 열에 아홉은 문턱을 넘지 못한단다. “스테이 고유의 가치나 이야기가 있는지 또 주변 환경과도 고려한 디자인이 우수한지 그리고 스테이 운영자의 마음가짐이나 가격이 합리적인지 보고 입점을 결정해요. 거절 통보를 받고 요즘 젊은이들 감성에 맞게 숙소를 아예 고쳐달라고 의뢰하는 분들도 꽤 됩니다.”

스테이폴리오가 자체 운영하는 서촌 한옥 스테이 ‘누와’ 내부 모습. 기존 한옥에 시스템 창호와 통유리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상묵 대표 제공
스테이폴리오가 자체 운영하는 서촌 한옥 스테이 ‘누와’ 내부 모습. 기존 한옥에 시스템 창호와 통유리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상묵 대표 제공

스테이폴리오 사이트에는 입점 숙소의 역사와 숙소 주인장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문의 소개 글이 숙소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 이미지와 함께 실려 있다. “글을 보고 우는 스테이 대표님도 있었죠. 그분들이 고생하며 만든 숙소 공간 이야기를 그동안 깊게 다뤄준 데가 없었거든요. 언론 기사도 불과 몇장이잖아요. 이용자도 글을 보고 자신이 머무는 공간의 특별한 사연을 동행자와 나눌 수 있고요.”

뛰어난 미감의 사진과 영상 콘텐츠는 그 자체로 탁월한 홍보 도구란다. “회사 성장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효과가 컸어요. 우리 플랫폼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3만명입니다. 에스앤에스 이용자들이 플랫폼 콘텐츠를 보고 공유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서촌 한옥 스테이를 알리는 데도 한옥 누와의 만월창 사진이 큰 역할을 했죠.” 덧붙였다. “2014년에 지랩에서 제주 조천읍의 100년 된 돌집을 새로 고쳐 사진을 올렸더니 이효리씨까지 예약하는 등 효과가 컸죠. 그 뒤에 지랩이 제주에서 고친 돌집만 서른 채가 넘어요.”

7년 전 ‘숙박예약플랫폼’ 열고
3년 전부터 ‘서촌유희’ 프로젝트
서촌 한옥 숙소 10곳에 ‘서점’까지
“좋은 숙소는 공간이 말 거는 곳
매출 증가, 인스타 등 SNS 큰 몫”

“부모님 식당, 펜션 개축하며 영감”

그는 2019년부터 서촌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생각하고 이 지역 맛집이나 문화 공간과 숙소를 연결하는 ‘서촌유희’ 프로젝트도 꾸리고 있다. 서촌을 ‘수평적인 마을 호텔’로 설정하고 동네의 좋은 상업 공간은 호텔 부대시설로, 마을 골목길은 호텔 엘리베이터로 보는 발상이다. 스테이폴리오는 서촌에 한옥 숙소 10곳 외에 숙소 로비로 쓰이는 ‘한 권의 서점’과 기념품 가게 ‘메이크폴리오’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사무실도 이 지역에 5곳으로 나뉘어 있다. 서촌유희 사이트에는 문화 프로그램 등 동네 정보도 상세히 올리고 숙소 부대시설로 삼고 싶은 동네 맛집과 그 주인장 이야기도 풍성하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고, 동네 분들이 잘하는 것은 그분들에게 맡기자는 거죠. 스타트업이 대부분 강남에 있잖아요. 아마 우리가 서촌의 유일한 스타트업일 겁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지랩까지 모두 70명이 넘어 동네 사장님들이 저희한테 잘해줍니다. 나중에 서촌 이장 하라는 말까지 들었죠. 앞으로 서촌 한옥 스테이를 15개 정도로 늘리고 북촌에도 진출해 북촌유희 프로젝트도 하려고요. 서촌과 북촌 사이 이동은 전용차로 해결하면 되겠죠.”

왜 굳이 서촌일까? “어느 나라나 궁 근처가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잖아요. 2014년에 서촌에 지랩 사무실을 열어 지켜보니 이 동네가 궁 근처라 규제가 강해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마을에 대한 자부심은 컸어요. 이런 규제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 마침 종업원의 손님 환대가 무척 인상적인 서울의 한 호텔을 체험하면서 마을호텔을 떠올렸죠. 우리가 잘하면 마을 상인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죠.”

100년 된 제주 돌집을 고쳐 만든 스테이폴리오 자체 운영 숙소 ‘눈먼 고래’. 이상묵 대표 제공
100년 된 제주 돌집을 고쳐 만든 스테이폴리오 자체 운영 숙소 ‘눈먼 고래’. 이상묵 대표 제공

스테이폴리오 고객은 누구냐고 하자 그는 “20~40대 여성이 많다”고 했다. “야놀자 같은 숙박 사이트와 달리 우리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배 가까이 많아요.” 그는 서촌이나 제주에서 운영하는 자체 숙소 대부분이 그 공간의 원 주인이 한 달에 이틀 정도는 사용하고 그 나머지 기간 숙박 수익금을 자신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도 했다.

2000년에 성균관대 건축학과에 들어간 이 대표가 ‘머무름 만으로 여행이 되는 숙소’를 처음 생각한 계기는 2011년에 부친이 운영하던 충남 서산 해미읍의 ‘영가든’ 식당을 젊은 감각의 펜션 ‘제로플레이스’로 개조하면서란다. 지랩 공동대표 셋의 첫 공동작업이었던 이 일은 이후 지랩 설립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제가 건축학과 학부 시절부터 펜션 건립을 추진했어요. 도시민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짓는 게 아버지 꿈이었거든요. 처음엔 경제적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말렸어요. 그러다 2004년에 헤이리 마을과 양평 생각 속의 집 펜션 사진을 보고 아버지의 꿈도 건축가가 참여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가 상당액의 투자금 유치가 필요한 숙박예약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데는 2011년에 처음 사용한 아이폰4가 큰 역할을 했단다. “아이폰4를 쓰면서 누군가의 집을 온라인에 넣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정보기술 분야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고교 동창과 우연히 인연이 닿은 것도 힘이 됐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이상묵 대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1000~1250원은 잊어라…“달러 환율, 장기 평균에서 구조적 이탈” 1.

1000~1250원은 잊어라…“달러 환율, 장기 평균에서 구조적 이탈”

전용 84㎡ 분양가 24억원…‘래미안 원페를라’가 5억 로또? 2.

전용 84㎡ 분양가 24억원…‘래미안 원페를라’가 5억 로또?

금감원이 유상증자 제동 걸어도 대주주가 고집하면 안 먹히네 3.

금감원이 유상증자 제동 걸어도 대주주가 고집하면 안 먹히네

트럼프 취임 첫날, 관세 보류에 환율 1430원대로 급락 4.

트럼프 취임 첫날, 관세 보류에 환율 1430원대로 급락

제2금융권 올해도 ‘살얼음판’…저축은행 구조조정 계속될 듯 5.

제2금융권 올해도 ‘살얼음판’…저축은행 구조조정 계속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