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원구원 CSR팀장
국내 굴지의 글로벌 아이티(IT) 기업에 근무하는 김아무개(40) 과장은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해 약 1억2천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매달 천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은 셈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처럼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가 받은 급여 가운데 3분의 1은 고정 급여가 아닌 성과급이기 때문이다.
2015년 월가 금융기업들이 신입사원에게 지급한 초봉은 기본급 기준 대략 8만5천달러(약 9700만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근무시간은 주당 100시간을 넘는다. 주 5일간 매일 16시간을 일하고도 주말과 공휴일을 합쳐 20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 달을 4주로 계산해 이들의 시간당 급여를 계산해보면 2만원 정도였다.
위 두 사례에서 보듯 표면적으로 드러난 임금의 ‘양적 수준’은 좋은 일터에 적합한 임금의 질과는 거리가 멀다. ‘임금의 질’ 평가는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임금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하는지, 그 과정을 평가한다. 좋은 일터 조성에 필요한 임금의 질을 따져보는데 활용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임금의 적정성이다. 직원 입장에서 임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현재 재무 상황과 미래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적정 임금을 책정하고 직원 개인과 계약에 나선다. 이때 기업이 제안하는 임금은 기업의 이익 성장에 부합하는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과장이나 부장 등 직급과 동종업계 급여 기준과 견줬을 때 적정 임금이 유지돼야 한다.
둘째, 임금의 공정성이다. 공정한 성과 평가 기준에 따라 치우침 없이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성별이나 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임금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직원과 임원 간 급여의 격차가 과도하지 않은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등기 임원의 높은 책임과 능력을 고려하더라도 직원 평균 연간 급여의 10~20배가 넘는 고액 급여는 좋은 일터 조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의 임원 비율도 임금의 공정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삼을 수 있다.
셋째, 임금의 안정성이다.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성과급의 비중이 과도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급여가 제공돼야 한다. 과도한 성과급은 자칫 기업이 처한 불확실성(리스크)을 직원들의 임금에 오롯이 전가하는 한편 직원 구조조정에 악용할 소지도 있다.
임금은 임금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일터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와 조화롭게 결합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서재교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임금의 질 분야 전문가 위원(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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