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경찰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의 ‘중심인물’이라며 체포한 미국 플로리다의 아이티계 의사인 크리스티앙 사농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프로필 사진.
조브넬 모이즈(53)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의 ‘배후인물’로 추정되는 미국 거주 의사가 체포되는 등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이 인물이 차기 대통령을 노리고 음모를 꾸몄다고 시사했다.
아이티 경찰은 11일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는 아이티 출신의 의사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63)을 체포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 및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또 사농과 접촉한 다른 배후 조종자 2명도 수사 중이다.
아이티 경찰청장인 레옹 샤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농을 “대통령 암살의 배후에 있는 핵심 인물”이라고 말했다. 샤를 청장은 “사농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지난 6월 전용 비행기로 아이티에 와서, 이 범행을 실행한 사람들을 선발하려고 사설 보안회사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사농이 접촉한 회사는 미국에 소재한 ‘시티유’(CTU)라는 베네수엘라 보안회사다.
샤를 청장은 “이들 공격범들에게 주어진 애초의 임무는 사농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었으나, 나중에 그 임무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농이 아이티로 올 적에 타고왔던 전용 제트기에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 몇명이 동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장 용의자들이 나중에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새로운 명령을 받았다며 “그 공작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샤를 청장은 “일당의 (도주) 진로가 막혔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 에마뉘엘 사농이었다”고 말했다. 또 사농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용의자들이 사용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모자 및 탄약통 박스 등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용의자 중 한 명이 사농과 통화했다”며 “사농은 이 음모의 ‘지적 설계자들’인 다른 2명과도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이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가담했으며, 이 중 미국인들을 포함해 2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2명의 미국계 용의자인 제임스 솔라지스와 조지프 빈센트는 “원래 계획은 모이즈 대통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체포하는 것이었다”고 당국에 진술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그의 자택에서) 체포해 그와 함께 대통령궁으로 가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대통령궁에서 사농을 새 대통령으로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수사 판사 클레망 노엘 역시 이 2명의 아이티계 미국인들이 “우리는 거기 있었으나, 대통령을 죽이려고 간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노엘 판사는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았으나, 살해에는 가담하지 않았고, 통역을 하려고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엘 판사에 따르면, 솔라지스와 빈센트는 사건 당일 밤 자신들이 체포영장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체포영장을 누가 줬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를 보면, 사농은 플로리다에 20년 이상 거주한 아이티계 유명 의사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 에너지, 부동산 분야 등 12개 이상의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이 업체들 대부분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13년 파산을 신청했고, 40만달러 이상의 빚 때문에 브랜던에 있는 집을 압류당한 상태다.
사농은 유튜브에 ‘아이티를 위한 지도력’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아이티 지도자들이 아이티의 우라늄과 원유 등 자원을 약탈했다”며 그들의 부패를 비난했다. 그는 또 트위터에 자신을 ‘아이티를 위한 지도력’을 운영하는 의사이자 목사로 소개하며, 아이티 정치에 관한 글들을 올린 바 있다. 그의 트위터는 2011년 9월 이후 활동이 중지된 상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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