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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예멘·아프간…전 세계 누비는 콜롬비아 용병들

등록 2021-07-12 16:15수정 2021-07-13 02:48

암살단 28명 중 26명 콜롬비아 출신
마약 카르텔 등과 전투경험 풍부
전역장병 많고 고용비용도 적어
미군, 민간에 업무 넘기며 용병 각광
최근 대통령이 암살된 아이티의 수도 포트토프랭스 거리 모습. 7일 촬영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최근 대통령이 암살된 아이티의 수도 포트토프랭스 거리 모습. 7일 촬영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콜롬비아군 출신 용병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이티 경찰에 따르면, 이번 암살 용의자 28명 가운데 콜롬비아인이 2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티계 미국인인 나머지 2명은 자신들이 “통역”이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암살단 전투원은 모두 콜롬비아인인 셈이다. 이들 중 적어도 17명은 전직 콜롬비아군 출신이라고 콜롬비아 당국은 밝히고 있다. 대부분 2018~2020년 사이에 전역했으며, 출신 계급은 중령에서부터 병사까지 다양하다.

왜 이렇게 많은 콜롬비아군 출신들이 용병으로 참여한 것일까.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군 출신 인사들이 전 세계 분쟁 지역 등에서 얼마나 많이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은 전한다.

콜롬비아군은 전투경험이 풍부해 용병시장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콜롬비아군은 오랜 기간 좌익 게릴라나 마약 카르텔 등 범죄조직과 전투를 벌여왔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조지 맨틸라는 “콜롬비아군은 비정규전 경험이 많다. 병사들은 잘 훈련되고 전투경험이 많으며 또 용병으로 고용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콜롬비아군 병력은 22만명이며, 매년 수천 명이 진급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이유로 군을 떠난다. 이들이 용병시장에 풍부한 인력을 공급하는 젖줄 구실을 하는 것이다. 콜롬비아 육군 사령관인 루이스 페르난도 나바로 장군은 “콜롬비아군 출신이 용병으로 고용돼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오래된 문제였다. 그걸 금지하는 법도 없다”며 “가령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콜롬비아 군인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존 마룰란다 대령은 “매년 1만5천~1만명의 장병이 전역한다”며 “이들은 아직 젊고 연금 혜택도 별로 없기 때문에 더 좋은 경제적 기회를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에 참여한 콜롬비아 용병들은 용역회사 4곳에 의해 고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암살범으로 체포된 콜롬비아군 출신 프란치스코 우리베의 부인임을 자처하는 여성은 콜롬비아의 라디오 방송에 나와, “남편이 ‘CTU’라는 회사에 한 달에 2700달러(약 30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되어 도미니카 공화국에 갔다”며 “남편은 거기서 유력가문을 지키는 경호원으로 일하게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CTU는 베네수엘라 출신 안토니오 에마누엘 인트리아고 벨레라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운영하는 보안·경호 용역회사라고 <데페아>(dpa)가 전했다.

콜롬비아군 출신 인사들은 예멘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무력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용병으로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여러 차례다.

2011년 5월 <뉴욕 타임스>는 콜롬비아군 출신 용병 수십명이 미국의 보안·경호 용역회사 ‘블랙워터’에 고용되어 아랍에미리트의 중요시설 경비를 위해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 후 2015년 콜롬비아인 수백명이 아랍에미리트에 직접 고용되어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싸우고 있다고도 전했다. 또 2004년에는 베네수엘라 당국이 콜롬비아 민병대 153명을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 암살 계획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했다.

애초 콜롬비아 용병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 미군이 분쟁지역인 중동지역에서 요인경호 등 일부 임무를 민간회사에 넘긴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민간 이양은 임무 수행 중 사고가 날 경우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겨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유 등이 고려된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맨틸라는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생기면 법적 책임이 용병 개인에게 간다. 국가나 계약한 회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의 민간회사들이 주로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출신 용병들을 대거 모집해 분쟁지역에 제공하는 국제시장이 붐을 이루게 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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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0031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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