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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중·러에 안 뺏긴다’…아프리카에 선물 보따리 푸는 미국, 왜?

등록 2022-12-13 14:45수정 2022-12-13 15:07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정상회의를 맞아 550억달러(약 72조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아프리카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아프리카의 시장, 천연자원, 외교적 지지를 놓고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대한 사전 브리핑에서 13~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 회의에서 아프리카에 3년 간 550억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 회의에서 “아프리카의 목소리와 아프리카의 우선 사항”을 중심에 둘 것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선진국들과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협의체인 주요 20개국(G20)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정상회의에 초대된 49개국과 아프리카연합 중 일부는 정상이 직접 참석하고 나머지는 다른 고위직이 대표단을 이끈다. 아프리카연합이 쿠데타와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회원 자격을 정지시킨 수단·말리·기니·부르키나파소는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최대 외교 행사다. 미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아프리카 사이의 경제 협력과 안보 등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 회원국들과 무역 증진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가 누구를 견제하자는 게 아니라 양쪽 관계를 심화하려는 취지라지만 중국이 아프리카를 ‘독식’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중국은 투자, 기반시설 건설, 무역 확대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적극 강화해왔다. 지난해 중-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역대 최대인 2610억달러(약 341조원)를 기록한 데 비해 미-아프리카 무역액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640억달러에 그쳤다.

냉전 때는 아프리카에서 사회주의 동맹을 확대하려는 중국·소련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 등의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제 주요 관심사는 큰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시장과 천연자원이다. 튀르키예 등 주변 이슬람권 국가들도 이를 감안해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도전하면서 협소한 상업적,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고 투명성과 개방성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제 무기의 주요 소비처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줄에는 함께하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대러 압박 협조’는 이번 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니라고 했다.

중·러 두 나라도 아프리카 정상들을 무더기로 초청해 정상회의를 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전 중-아프리카 정상회의에는 50여개국 정상 대부분이 베이징에 모였었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의는 그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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