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신 글로벌 금융협약 서밋’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얘기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음달 초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그의 일정을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이달 18~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의 고위급 방중이 이어지는 것이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전부터 추진됐으나 지난 2월 중국발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 이후 미-중 관계 경색이 이어지면서 성사가 미뤄져왔다. 옐런 장관은 4월에 “적절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는데, ‘기구 사태’로 미뤄진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사 직후 옐런 장관의 방중도 다시 가시화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만나고, 양쪽이 대화 계속 의지를 나타낸 상황에서 옐런 장관의 방중은 이런 흐름을 강화해줄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시 주석을 가까운 장래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11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옐런 장관은 중국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그는 3월에 현직에 오른 허 부총리와 경제적 경쟁 문제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절취 등 ‘부당한 관행’을 비난하고 ‘경제 안보’를 주장하며 견제를 강화해왔다.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유지와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등 경제적 압박은 대만 문제와 더불어 중국의 주요 불만 사항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 4월 존스홉킨스대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 “두 나라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서로에게 재앙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탈위험)을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쪽은 자국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본질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를 미뤄온 대중 투자 제한 행정명령이 조만간 발표되면 미-중 관계의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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