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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독재 각인 우려? 미중관계 관리? ‘시진핑 독재자’ 발언 보도 않는 중국

등록 2023-06-22 11:01수정 2023-06-22 19:53

바이든 ‘독재자’ 발언 발끈하더니 보도 통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언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시진핑 독재자’ 발언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다녀간 지 하룻 만에 나온 돌발 사태를 일단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각 매체 누리집과 포털의 뉴스 부문 등을 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가리켜 ‘독재자’라고 표현했다는 뉴스가 한 건도 보도되지 않고 있다. 평소 미국의 부정적인 대중 정책이나 발언을 즉각 비판하던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오전까지 관련 뉴스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특성상 당국의 보도 통제가 있을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던 중국 외교부도 브리핑 2시간 뒤 누리집에 올린 질의응답록에 관련 문답을 아예 넣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국내외 언론을 상대로 한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에 대해 “극도로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다.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지난 2월 미-중 관계를 냉각시켰던 ‘중국발 고고도 기구’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까닭은 그것(기구)이 거기(미국)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라며 “이는 독재자들로서는 아주 창피한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을 때 말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적으로 독재자라고 지칭하진 않았지만, 애둘러 그를 독재자라고 규정한 것이다.

중국의 반응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자국 최고지도자를 ‘독재자’로 지칭한 발언이 중국 사회에 널리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 수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엄격한 관례를 깨고 지난해 10월 최초로 국가지도자직을 3연임 했다. 당시 이를 독재라고 비판한 베이징의 ‘현수막 시위’도 중국 언론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면서 중국 사회에는 시 주석의 강력한 통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청년들을 중심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이뤄졌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하나는 어렵게 발을 뗀 미·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 회담 이후 냉각됐던 미·중 관계가 8개월 만인 지난 18~19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겨우 한 걸음 나아갔는데, 이를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에 가까운 발언으로 하룻 만에 깨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역시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한 태도이다. 21일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 영역이나 일부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과의 차이에 대해 한 발언이긴 하지만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미·중이 차이점과 불일치가 있다는 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외교를 믿는다. 그들은 이번 장관의 방중이 추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을 피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긴장을 관리하는 책임감 있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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