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엔 중국 정부가 갈륨 등 반도체 제조에 쓰는 원료 물질의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의 치고 받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현지시각) 이 문제를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따 미국 행정부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국 업체들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해 외부 업체의 고성능 컴퓨터가 제공하는 서버 기능 등을 빌려 쓰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에도 이용된다.
미국은 중국 업체들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제한하거나, 군사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에 판매할 수 없는 인공지능용 칩의 범위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 개발이나 슈퍼 컴퓨터에 쓰는 첨단 반도체 등의 판매를 차단하는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어지면 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공지능 개발 업체가 고성능 칩을 입수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칩을 쓰는 미국 업체 서비스를 이용해 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연구소의 에밀리 와인스타인은 “엔비디아의 A100 칩의 기능을 사용하려는 중국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것은 완전히 합법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미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업체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경쟁에서 제품·기술·제조 장비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통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지난 5월 ‘심각한 보안 위협’을 이유로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품을 중요 정보 인프라 사업자가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데 이어, 3일에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갈륨·게르마늄을 다음달 1일부터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이 반격과 재반격을 주고받으면서, 6일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쟁 관리’ 문제를 두고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에 더 시선이 쏠린다. 최근의 상호 견제 움직임은 고위급 논의를 앞둔 신경전 내지 협상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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