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열린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 기념 연회에 딸 주애양과 함께 참석해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27일(현지시각) 열려 한국·미국과 북한·중국·러시아 대표들이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졌다.
회의에서는 대북 추가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과 위성 발사 권리를 주장하는 북한 대사가 가장 치열하게 비난을 주고받았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분명히 위반하면서 탄도미사일 기술 실험으로 핵무기 운반 체계를 개발하는 뻔뻔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여러 차례 의미 있는 외교의 문을 열어놨지만 북한은 거듭 이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또 “두 상임이사국은 이런 위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사 행위를 규탄하려 하지 않는다”, “푸틴이 스스로 시인했듯, 러시아는 북한이 지난주에 발사한 것과 같은 위성을 더 만드는 것을 돕는 것을 비롯해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북한은 여러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넘어 안보리 결정을 거의 조롱하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11월18일을 최근 ‘미사일공업절’로 지정한 것을 비판했다.
한·미의 비판에 대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안보리 회의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강도적 요구에 따라 북한의 주권적 권리 행사 문제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회의”라며 “전체 인민의 분노를 담아”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찰위성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응하는 자위권 행사이고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또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므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미국은 위성을 발사할 때 풍선이나 투석기로 쏘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대사가 이런 말로 북의 입장을 강조하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발언권을 신청해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를 위한 정기적 훈련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달리 위험을 줄이고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날짜와 활동 등 훈련 내용을 미리 공지한다”고 했다. 이에 김 대사가 다시 반박하는 등 북-미 대사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중·러는 이번에도 북한을 감싸고 미국을 비판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우려한다면서 이를 군사 동맹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 등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하는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중·러의 반대 의견이 나온 가운데 추가 제재나 의장성명 등은 합의되지 않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