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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예멘 반군, 드론 공격에 선박 나포까지…핵심 수로 막히나

등록 2023-12-04 13:29수정 2023-12-29 15:29

‘가자 전쟁’ 여파로 선박 공격…홍해 항로 불안감 커져
미국 해군 구축함 카니호가 10월18일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해군 구축함 카니호가 10월18일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가까운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가자 전쟁’의 확전 가능성과 유럽~아시아를 잇는 핵심 무역 통로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3일 홍해에서 미군 함정과 상선 3척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이곳에 배치된 해군 구축함 ‘카니’가 후티 반군 장악 지역에서 날아온 드론 여러 기를 격추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드론 2기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으로 파나마 선적 화물선 2척과 바하마 선적 화물선 1척이 미사일에 맞아 일부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에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을 사용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어 후티 반군 등 중동 내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는 이란을 비난했다. 이들은 “우리는 후티 반군의 이런 공격이 전적으로 이란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며 “모든 적절한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에 미사일 등을 지원하는 이란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후티 반군은 앞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보복한다며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선박들을 “합법적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가자지구 공격을 멈출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이스라엘 영토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도 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미 구축함을 의도적으로 노려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러 겨냥했다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군 함정을 노린 첫 공격이 된다. 후티 반군은 앞선 지난달 19일에는 홍해에서 영국 회사가 소유하고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갤럭시 리더’를 나포한 바 있다. 이 배는 선원 25명과 함께 예멘 후다이다항으로 끌려갔다. 지난달 26일에는 인도양에서 이스라엘 회사가 소유한 컨테이너선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선체 일부가 부서졌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선박들을 노린다지만 공격 대상은 제3국 선박을 가리지 않는다. 3일 공격당한 화물선 3척은 선적, 소유주, 운영 인력 등이 14개국에 걸쳐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3일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근처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발진 시설을 공습해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홍해의 동향이 중요한 것은 지중해~수에즈운하~홍해~인도양까지 이어지는 이 항로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유럽~중동~아시아를 잇는 주요 운송로상에 위치하는 수에즈운하와 홍해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약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가 지나는 곳이다. 2021년 3월 대형 화물선이 좌초해 수에즈운하를 일주일간 막고 있을 때 ‘물류 대란’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특히 후티 반군이 자동차 운반선 나포 때 헬리콥터에 탄 특수부대 병력을 이용했고, 미사일과 드론을 마구 쏘는 등 대담한 공격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선들의 안전 운항에 큰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블룸버그는 이런 행위가 이어지면 선박 보험료가 오르고, 화주들은 이 항로를 피할 것이고, 선원들을 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대륙을 돌아 항해하면 아시아 지역까지 항로는 무려 9천㎞가량 늘어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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