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왼쪽) 대미특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른쪽은 안호영 주미대사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특사인 홍석현 통일외교안보특보(한반도포럼 이사장)가 3박4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중국·일본·러시아 특사단 파견과 더불어, 5개월여의 한국 외교공백 상태가 끝났음을 대내외에 알린 상징적 행보였다.
미국 특사단의 행보는 두 갈래 접근 방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드 배치에 대해선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국회 논의 불가피’ 입장을 미국 쪽에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훈령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입장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할 때까지 모호성 전략으로 시간을 벌겠다는 성격이 짙다. 이런 기조는 다음달 말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일단 국내 여론을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본격적인 사드 해법 논의를 위한 밑자락을 깔았다는 의미가 있다.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를 한국에 떠넘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양쪽 모두 화제로 올리기를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선 불리한 의제를 먼저 꺼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미국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19일(현지시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돈은 우리가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 특사가 20일 출국 직전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밝혔다.
두번째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제재와 압박을 해나가면서 조건이 성숙되면 대화를 한다”는 큰 틀의 원칙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 차이를 우려하는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해, 이번 방미에선 가능한 한 이견을 노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북핵 해결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중국에 ‘하청’을 주려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해 미국과 중국 쪽의 동의를 끌어내는 주도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홍 특사가 이 신문 논설위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은 처음으로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길거리의 사람도 이제 중국에 의존할 경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이것(사드 갈등)으로부터 얻은 좋은 교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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