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카메라로 찾아내 벌 주겠다”…히잡 단속 나선 이란

이란 여성들이 4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최고지도자실 제공/AFP 연합뉴스

이란이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을 단속하기 위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히집 반대 시위가 힘을 잃으며 정부의 거센 ‘백래시’(반격)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란 경찰은 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엄격한 이슬람 복장 규정을 위반하는 여성을 적발하고 벌줄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공공장소와 거리에서 여러 도구와 스마트 카메라를 이용해 규범을 어기는 사람을 적발할 것”이라며 “히잡 법률을 어기는 사람에게는 이런 범법 행위를 거듭하면 법적 책임이 따를 것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드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도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 토요일(15일)부터 히잡을 쓰지 않는 사람은 스마트 장비로 적발된다”며 “처음엔 경고가 가고 다음에는 법정에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량에 탄 승객이 복장 규정을 어기면 운전기사가 경고를 받는다며 그래도 범법 행위가 계속되면 차량이 몰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러한 조치가 히잡 의무 착용과 관련한 법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히잡 미착용은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고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쇼핑몰·상점·식당의 업주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 손님에게 사회 규범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이를 위한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22살 쿠르드계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한테 붙잡혔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시위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자 히잡 단속이 강화되는 등 노골적인 백래시가 이어지고 있다.

내무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어 히잡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의 국가 기반이라며 “양보하거나 관용을 베풀 여지가 없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장관도 지난달 “히잡을 쓰지 않는 것은 이슬람공화국의 가치에 적대하는 것”이라며 어기면 자비 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의무화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