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닐 위크레메싱헤 스리랑카 총리(오른쪽)가 15일 대법원장 앞에서 대통령 대행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콜롬보/신화 연합뉴스
최근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6%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가 전망했다.
난달랄 위라싱헤 총재는 스리랑카 경제가 정치 불안과 사회 혼란으로 애초 예상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렇게 내다봤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리랑카 경제는 지난해 3.3% 성장한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가 잦아듦에 따라 5.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갑작스러운 경제난으로 1%대 성장으로 하향 조정됐고, 이달 초엔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가 스리랑카 중앙은행의 수치를 인용해 4~5%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6%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스리랑카 경제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라싱헤 총재는 이어 정치 불안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과 협상하기 위해선 안정된 정부가 필요하다며 “안정된 정부 없이는 지금과 같은 물자 부족이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람들이 계속 고통받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스리랑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재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현재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며 사임의 뜻을 밝힌 뒤 위크레메싱헤 총리가 대행을 맡고 있다. 시위대는 이에 대해 총리 공관을 점거하며 경제 위기에 책임이 있는 위크레메싱헤 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는 대통령 후보 지명 절차를 밟고 있는 등 혼란이 말끔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의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은 관광 수입과 해외에 나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국내 송금 등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완화로 관광객이 증가하는 조짐이 보였지만, 최근 경제난에 정치 사회 불안이 가속하면서 급속히 줄어들었다. 위라싱헤 총재는 “이제 관광객은 거의 오지 않는다”면서 해외 송금액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위라싱헤 총재는 스리랑카 정부가 1년만 더 일찍 국제통화기금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외화를 40억 달러(5조2700억원) 보유하고 있어서, 국제통화기금과 협상을 통해 부채를 조정하면 재정적 연착륙을 유도할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는 정책을 선택했는데, “이는 실책이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