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궈 일보> 모회사 넥스트 디지털 본사 건물. EPA 연합뉴스
홍콩 공안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밀려 지난 6월 자진 폐간한 <핑궈(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 디지털’이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6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넥스트 디지털은 전날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입윗킨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4명이 모두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쪽은 따로 성명을 내어 “주주와 채권자, 전 현직 임직원 보호를 위해 질서 있게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넥스트 디지털의 주식은 회사 쪽의 요청에 따라 <핑궈일보> 폐간 이전인 지난 6월17일 이후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넥스트 디지털 쪽은 “당국의 자산 동결조처 등으로 임직원 급여와 기타 경영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합법적으로 지불할 수 없는 상태”라며 “채권자와 전·현직 임직원에게 밀린 자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당국이 법인 청산을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회사 쪽은 “당국은 <핑궈일보>의 어떤 기사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같은 불확실성이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회사에 남아있는 임직원의 잇따른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이 진행되거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홍콩보안법 적용 자체만으로 회사와 임직원에게 파급력이 컸다”며 “홍콩보안법 체제 아래선 법원의 개입 없이도 특정 법인이 원치 않는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회사 쪽은 이어 “과거 <핑궈일보>가 자주 보도했던 것처럼 홍콩인들은 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의 삶이 어떤 지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없이는 어떤 권리도 안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 보안법 전담 수사팀은 앞선 6월17일 <핑궈일보> 고위 간부진 5명을 체포하고, 병력 500여명을 동원해 신문사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히 1800만홍콩달러(약 26억원)에 이르는 넥스트디지털의 3개 계열사 자산을 동결시키는 등 자금줄을 차단하면서, 결국 같은 달 23일 <핑궈일보> 폐간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 창업주이자 홍콩 시민사회 원로인 지미 라이는 지난해 12월 불법 시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0개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라이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돼 따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청킴훙 발행인 겸 편집인과 라이언 로 편집국장 등 <핑궈일보> 전직 임원진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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