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활동가 아그네스 차우(왼쪽부터) 이반 람, 조슈아 웡이 지난 2020년 11월 홍콩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됐던 아그네스 차우(27)가 캐나다로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보도를 보면, 차우는 전날 본인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석 달 째 캐나다에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 홍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애초 12월 말까지 홍콩으로 돌아가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출두할 예정이었지만, 홍콩 상황과 개인의 안전, 신체·정신적 건강 등을 신중히 고려한 끝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우는 10대 때인 2011년 조슈아 웡과 함께 학생운동 단체 ‘학사민조’를 꾸렸고, 2014년 발생한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또다른 학생운동가 네이선 로, 조슈아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고, 2019년 홍콩 범죄인의 중국 송환을 반대하는 반송환법 시위를 이끌었다.
차우는 2019년 홍콩 경찰에 체포된 뒤 2020년 12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고,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후 2년여 동안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던 차우는 이날 처음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발언을 했다. 그는 올해 캐나다 토론토의 한 대학에 합격했고, 홍콩 경찰은 그가 중국 저장성 선전을 방문할 경우 여권을 돌려주기로 했다. 차우의 선전 방문에는 중국 정보통신기술(IT) 기업 텐센트와 중국의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회 참석 등이 포함됐다. 차우는 “나는 해외 유학 기회를 얻기 위해 중국 본토에 강제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차우는 선전 방문 이후 중국의 위대한 발전을 이해할 수 있게 여행을 마련해 준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며, 선전 방문이 매우 두려웠다고 밝혔다.
차우는 “최근 몇 년간 두려움 없는 자유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이제 더는 체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차우가 캐나다 망명 의사를 밝히면서, 조슈아 웡, 네이선 로 등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학생 3인방 중 조슈아 웡만 홍콩에 남게 됐다. 네이선 로는 지난 2020년 7월 영국으로 망명했고, 조슈아 웡은 현재 복역 중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망명 민주화 운동가 8명에 대해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네이선 로가 포함됐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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