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진영 매체인 시티즌 뉴스의 크리스 융 편집국장이 3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폐간을 발표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앞서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이 지난달 29일 전·현직 편집국장 등 간부 7명이 체포되고 자산이 동결되자 폐간을 발표한 데 뒤이은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24일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6개월 사이 홍콩 민주진영 매체 3곳이 문을 닫았다. 홍콩/AP 연합뉴스
“창간 5주년, 무거운 마음으로 독자들께 작별을 고합니다.”
<빈과(핑궈)일보>와 <입장신문>에 이어 홍콩 범민주 진영 매체 한 곳이 또 ‘자진 폐간’했다. 홍콩 공안당국의 공세가 ‘풍선 효과’를 만들어 내며, 민주언론 줄 폐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인터넷 매체 <시티즌 뉴스>는 2일 누리집에 올린 ‘고별사’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폭우나 강풍 정도가 아니라, 태풍과 지진해일(쓰나미)이다. 위기의 시기에 배에 탄 모든 사람의 안전을 우선 보장해야한다”며 4일부로 폐간한다고 밝혔다.
<시티즌 뉴스>는 고별사에서 “우리의 작은 한 걸음이 홍콩 언론인 모두가 한 걸음을 내디디는 데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며 “모두의 한 걸음이 모여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큰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인력과 자원이 부족했음에도 하루하루 작은 걸음을 내디뎌왔다”고 적었다.
홍콩 인터넷 매체 <시티즌 뉴스>가 2일 누리집에 '고별사'를 올리고 자진 폐간을 선언했다. 누리집 갈무리
이어 “소규모로 출발한 편집국의 기자가 수십명으로 불어나는 동안, 이름조차 생경했던 우리 매체는 ‘기사와 영상 잘 보고 있다’는 독자들의 응원을 듣는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며 “비록 홍콩에서 가장 빠르거나 생산성이 높은 매체는 아니었지만, 노련한 기자와 팔팔한 젊은 기자가 뒤섞인 우리는 진실을 깊이있게 전달하기 위해 똘똘풍쳐 일했다”고 회고했다.
앞서 이 매체는 2017년 1월1일 창간사에서 “오늘 이 특별한 날에 시티즌 뉴스가 태어났다. 무슨 일이 있든, 우리 모두가 ‘홍콩을 깊이 사랑한다’고 함께 노래를 부를 날이 올 것을 희망한다. 기쁘든 슬프든, 살아있든 죽었든, 바로 이게 홍콩이란 점을 기억하자”고 썼다.
<시티즌 뉴스>는 고별사에서 “우리는 여전히 홍콩을 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은 것은 폭우나 강풍 정도가 아니라 태풍과 지진해일”이라며 “우리의 첫 맘을 잊지 않았지만, 두려움없이 우리의 신념을 현실로 바꿔내기 위해 분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에 걸친 홍콩 사회와 미디어 환경이 상전벽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위기 앞에서 모두의 안전과 안녕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 무거운 마음으로 2022년 1월4일부로 <시티즌 뉴스>의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는 점을 밝힌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흔들리지 않았던 사랑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1월1일 <명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홍콩을 대표하는 주요 언론사 베테랑 기자 10명이 모여 창간한 <시티즌 뉴스>는 자발적 유료회원과 후원 독자의 기부금으로 운영돼 온 홍콩을 대표하는 독립 인터넷 매체 가운데 하나였다.
잇따른 민주언론 폐간에 이어 중국과 홍콩 당국을 겨냥해 쓴소리를 이어온 홍콩기자협회가 ‘다음 차례’란 지적까지 나온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3일 소식통의 말을 따 “최근 홍콩기자협회와 <시티즌뉴스>가 설 이전에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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