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사람들이 화장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해 중국의 보복 조처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일부 중국 상인들이 한국인 또는 롯데와는 거래 자체를 않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막대과자로 유명한 제과기업 웨이룽은 1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장쑤성 옌청의 롯데마트 매장에 텅빈 자사 판매대 사진을 올리면서, “현재 롯데마트 옌청점에서 물건을 뺐고, 다른 전국 롯데마트에서도 순차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글에서 이 기업은 “향후 롯데에 납품하는 등 사업을 함께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후 3시 현재 이 글은 웨이보 이용자들로부터 35만건이 넘는 ‘좋아요’ 표시를 받았고, “잘 했다”, “훌륭하다”는 7만여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우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도 한국 기업을 모두 퇴출시켰다”는 댓글도 있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최대 규모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인 쥐메이도 천어우 최고경영자(CEO)가 웨이보에 글을 올려 창사 7주년 기념 ‘301(3월1일) 행사’에서 롯데제품을 모두 제외한다며 불매운동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쥐메이에서 롯데 제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2일 오후 현재 14만건이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2일 베이징의 많은 한인들이 참여하는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는 중국의 한 국수집이 “우리 식당은 한국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는 종이를 문 앞에 내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일반여론이 악화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손놓고 있는 듯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기업의 중국 내 경영이 성공할지 여부는, 최종적으로는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28일부터 롯데그룹 중국 누리집이 접속이 되지 않아 롯데 쪽이 해킹을 의심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롯데의 추측에 대해선 평론하지 않겠다”며 “중국은 모든 인터넷 공격에 반대한다”는 수수방관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오히려 중국 언론매체들에서는 사드 보복을 위한 추가적인 구체 방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예비역 소장인 뤄위안 군사과학원 국가고급학술위원회 위원은 <환구시보>에 기고한 ‘사드 10책’이라는 글에서, △사드 배치 지역(성주)을 대중국 군사위협 구성 고위험지역으로 선포해 필요시 외과수술식 타격(서지컬 스트라이크) 도모 △중국 내 사드 대응용 미사일 배치 △러시아와 연대 및 미·일·한과 협력 중단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을 미국의 전세계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부로 만들 것이라며, “중국은 국익의 보호를 위해 보복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설은 “대화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공은 한국에 넘어갔다”며 한국의 전향적 조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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