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중국특사가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총리) 일행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로 갈등의 골이 깊은 한-중 관계에 대해 중국 쪽은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특사는 이날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주석께서 축전도 보내주시고 직접 전화로 축하도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특사께서는 경력이 풍부한 정치인으로, 문 대통령께서 이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해 중-한 관계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과 한국 새 정부가 중-한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특사단 일원으로 배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마트폰으로 시 주석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격의 없는 느낌이었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해찬 특사는 “시 주석은 구체적 사안을 말하진 않고,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역사적 관점에서 매사를 판단하는 게 좋겠다는 원론적 말씀만 했다”고 전했다.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양국 관계의 성과를 소중히 여겨서 서로 손해를 끼치는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자는 중국 쪽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국이 각자의 관심 사안에 대해 ‘상대방이 우리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날 시 주석 면담에 관한 중국 쪽 발표문을 보면, 이해찬 특사가 시 주석에게 “한국은 중국의 중대한 관심 사안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특사단도 이날 면담한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한국 쪽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고,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한국은 ‘사드 보복성 조처’에 대한 우려를 각각 강조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사드 문제와 관련한 한-중의 ‘기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사단은 향후
중국에 사드 논의를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쪽도 이에 호응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특사단의 좌석 배치에 한국의 새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2003·2008·2013년 새 정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특사, 박근혜 전 대통령,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당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이번에는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이해찬 특사는 ‘보고자’ 자리에 앉았다.
이 특사는 “의전에서 큰 결함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사단 내에서는 내용 있는 대화를 위한 실무형 좌석 배치로 볼 수 있다는 ‘해명’도 나온다. 그러나 5년 전 김무성 특사가 다이빙궈 당시 국무위원과 만찬을 한 것과 달리 이 특사는 한 단계 낮은 왕이 외교부장과 만찬을 해 의전이 ‘격하’된 모양새가 이어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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