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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홍콩 보안법’ 강행에 미 언론 “러 크림반도 병합 닮았다”

등록 2020-05-25 17:15수정 2020-05-25 17:28

홍콩 보안법 반대 거리 시위…물대포·최루탄 동원 진압
중 지도부, “안보 위한 입법은 중앙정부 권리이자 의무”
〈NYT〉, “홍콩 보안법 제정, 크림반도 병합 떠올라”
패튼 전 총독, “G7에서 논의해야”…대만 차이 총통 “홍콩 지원할 것”
25일 홍콩 특별자치구 정부 청사 안에 게앙된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5일 홍콩 특별자치구 정부 청사 안에 게앙된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예고한 중국 지도부에 맞서 홍콩 시민 수천명이 거리시위를 벌였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중국 지도부가 홍콩 보안법 입법 의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다음달로 예정된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5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1시께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의 소고백화점 앞에서 시작된 보안법 반대 시위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우산을 든 시위대 수천명이 완차이 지역으로 향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우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에 맞서 일부 시위대는 도로를 가로막고 보도블록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으며,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날 180여명을 불법 시위 혐의로 체포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폭도가 돌아왔다”며 맹비난하며, 보안법 제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존 리 홍콩 보안국장은 전날 밤 성명을 내어 “지난해 홍콩에서 폭력사태가 고조됐고, 테러와 홍콩 독립 주장 등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오늘 시위 사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논의 중인 홍콩 보안법 제정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인 비판여론에도 중국 지도부는 보안법 제정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전날 베이징에서 홍콩·마카오 전인대 심의에 참석해 “홍콩 독립세력 등이 홍콩의 경제·사회 발전을 해치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공격해 홍콩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홍콩의 안보를 위한 법적 제도와 집행 체제를 완비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홍콩 최대 친중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이미 보안법 찬성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홍콩방송> (RTHK)은 전했다.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러시아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크림반도를 합병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크림반도는 여전히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신문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은 충동적 결정이 아니라 지난 몇 달에 걸친 철저한 준비 끝에 나온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비난과 입법을 통한 위험 등을 다각도로 따져 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치러야 할 지정학적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각)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보안법을 통해 홍콩을 장악하려는 걸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홍콩과 중국에 부과되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자치가 중국에 의해 침해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이 홍콩정책법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에 따라 무역·관세·비자 등에서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대우를 없애고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한 것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외국 기업들이 홍콩에 모여있는 이유는 법치와 자유로운 기업 시스템,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게 사라진다면 금융권이 어떻게 그곳에 머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경제 건설과 중산층 성장을 위해 외국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며 “홍콩을 통한 외국 자본 접근이 어려워진다면,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진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홍콩 보안법 입법에 나선 중국 지도부를 겨냥해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주요 7개국(G-7)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튼 전 총독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지도부가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공안요원들이 홍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파가 압승을 거둘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중국이 홍콩의 법치를 훼손한다면, 홍콩은 국제금융의 심장부 역할을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요 7개국이 홍콩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불과 몇 년 안에 정치적으로 모욕당하고, 도덕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6월10일로 예정됐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4일 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민주 진영이 지금 이 순간 홍콩과 함께 하고 있다”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민주주의와 자유, 사법권 독립이란 홍콩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홍콩인의 열망에 대한 해법은 총알이나 두려움, 탄압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진정한 이행과 홍콩의 자치를 인정하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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