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해온 쉬장룬 교수가 공식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19일 칭화대 법대 누리집의 교수 소개란에 쉬 교수 관련 정보가 여전히 남아 있다. 칭화대 누리집 갈무리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해온 쉬장룬 칭화대 교수(법학·57)가 공식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9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칭화대 당국은 지난 15일 쉬 교수를 해임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18일 해임 결정문을 쉬 교수에게 전달했다. 칭화대 쪽은 결정문에서 “쉬 교수가 2018년 7월 이후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으며, 이들 글이 ‘신시대 교육직군 10항 행위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교육부가 2018년 11월8일 공포한 ‘10항 행위준칙’의 제1항은 “(교육자는) 시진핑 시대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옹호하며, 당의 교육 방침을 관철하고, 교육·수업 활동 및 기타 장소에서 당 중앙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당의 노선과 방침·정책에 위배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해임 등 중징계가 가능하다.
칭화대 쪽은 쉬 교수가 최근 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 교수는 지난 6일 베이징 자택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됐으며, 6일 만인 12일 풀려난 바 있다. 체포 당시 경찰 쪽은 가족에게 쉬 교수가 쓰촨성 방문 당시 성매매를 시도한 혐의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주변에선 “쉬 교수를 음해하기 위한 거짓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쉬 교수는 2018년 7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주석직 임기 제한 철폐 등을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칭화대 쪽은 이를 빌미로 이듬해 3월 쉬 교수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쉬 교수는 비판적인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지난 2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초기 방역 실패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한동안 외부와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당시 쉬 교수는 ‘분노한 인민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 사람에게 권력이 독점되면서 제도적 무능이 위험수위까지 올라갔다”며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알리지 못하게 한 탓에 정부 각 단위별로 속임수가 만연하게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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