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 활동가들이 30일 홍콩섬 몽콕 지역에 자리한 ‘6·4 추모 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에서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연례 촛불집회가 2년 연속 불허됐다. 공안당국은 “불법 집회에 참석하면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일 <홍콩방송>(RTHK)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공안국에 딸린 대중집회·행진 상소위원회는 전날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가 6월4일 열 예정이던 촛불집회를 불허한 경찰의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위원회 쪽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고 △홍콩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태이며 △주최 쪽이 실질적인 방역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불허 결정의 근거로 내세웠다.
지련회 쪽은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6월4일 촛불집회 준비를 지속할 법적 능력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빅토리아공원에서 일체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홍콩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천안문 희생자를 기억해주기 바란다. 6월4일 저녁 8시 자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촛불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1989년 5월 설립된 지련회는 1990년부터 해마다 6월4일 저녁 홍콩섬 중심가 빅토리아공원에서 유혈진압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어왔다. 홍콩 공안당국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앞둔 지난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 집회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홍콩 시민 수천명이 빅토리아공원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도심 곳곳에서 수백명 단위로 산발적인 집회가 줄을 이었다. 홍콩 공안당국은 이날 집회에 참가했거나 참가를 독려한 혐의 등으로 지금까지 시민·사회 활동가 24명을 기소했으며, 이 가운데 청년 활동가 조슈아 웡(징역 10개월) 등 모두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날 홍콩 공안당국은 성명을 내어 “6월4일 집회는 허가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집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해당 집회에 참석하거나, 참석을 촉구 또는 유도하면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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