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산모가 지난 28일 아기를 안고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는 도시 마리우폴의 조산원 지하에 대피해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제네바협약이 금지하는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가 주장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압박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대사는 28일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에 대응하는 협조를 구하려고 미국 의회를 방문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제네바협약이 사용을 금지한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파괴를 안기고 있다”며 “그들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진공폭탄은 폭발 때 주변의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는 폭탄이다. 일반 폭탄보다 폭발 파장의 지속 시간도 길어 파괴력이 크다.
러시아군이 많은 국가들이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군의 집속탄이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유치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타격해 어린이 1명을 비롯해 3명이 숨졌다고 28일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를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여러 개의 폭탄을 넣어 살상력을 높인 것으로, 민간인 피해 우려 때문에 2008년 100여개국이 사용 금지를 약속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와 반인류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낸 성명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했다.
한편 마르카로바 대사와의 면담에 참여한 미국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강제하려고 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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