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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 젊은이들 ‘케이팝 댄스’ 배우는 이유는 긍정 에너지죠”

등록 2020-05-06 20:10수정 2020-05-07 02:36

[짬] 독일 댄스학원장 베른트 크리실레스

독일 쾰른에 살면서 전국적인 케이팝댄스 전문학원 네트워크를 운영중인 베른트 크리실레스가 지난 4월말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독일 쾰른에 살면서 전국적인 케이팝댄스 전문학원 네트워크를 운영중인 베른트 크리실레스가 지난 4월말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우리 학원처럼 독일에서 케이팝(K-Pop) 강사까지 배출하는 교육기관은 거의 없을 거예요.”

독일에도 사설 케이팝 댄스학원이 성업중이다. 독일어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케이팝 댄스를 검색해보면 전문학원이 제법 늘고 있다. 케이팝댄스 누리집(kpopdance.de)을 개설해 베를린를 비롯 주요 도시에서 여러 개의 케이팝 댄스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베른트 크리실레스(52)를 지난달 말 화상으로 만났다. 쾰른에 살고 있는 그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5주째 학원 문을 닫고 있었다.

‘케이팝댄스’ 사이트 개설해 운영중
베를린·쾰른 등 전역에 학원 8곳

“5년 전 한국인 무용수 ‘워크숍’ 제안”
수강생 ‘케이팝월드페스티벌’ 출전
4단계 수준별 과정 ‘전문강사’도 배출
“아직 소수지만 ‘특별한 문화’ 자부심”

독일에서 운영중인 케이팝댄스 누리집(kpopdance.de) 갈무리.
독일에서 운영중인 케이팝댄스 누리집(kpopdance.de) 갈무리.

“한국까지 진출할 수 있는 선을 대고 있는 케이팝 댄스학원도 우리 학원이 거의 유일할 겁니다.” 그는 라인지역인 쾰른과 뒤셀도르프에서 린디합과 케이팝 댄스 학원을,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500킬로 거리인 루르지역의 여러 도시에서 케이팝 댄스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는 총 10~12명이고 수강생만 700명, 30여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각 수업의 규모는 5~6명부터 20명까지 다양하다. 최근 베를린에도 분점을 열어 모두 8곳이 됐다.

크리실레스는 워낙 스윙댄스에 속하는 린디합 댄서다. 마케팅 매니저였던 그는 2004년 댄서로 진로를 바꿨다. 2006년엔 린디합 전문학원인 ‘홉스폿’(Hopspot)을 열었다. 현재 부인과 함께 린디합 댄스학원과 케이팝 댄스학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5년 전쯤 린디합 말고 새로운 댄스 종목 수업을 개설하려고 댄서를 찾고 있었어요. 마침 케이팝그룹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한국 무용수가 찾아와서 케이팝 댄스 워크숍 열겠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케이팝 댄스 학원 운영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워크숍 시작 단계에서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한 학생들 중 한 명이 2016년 한국에서 열리는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예선참가 티켓을 땄다. 자연스럽게 전문팀이 꾸려졌다.

“어떤 안무를 해서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했죠.” 크리실레스도 함께 이 작업에 발 벗고 참여했다. “린디합과 케이팝은 다르지만 춤을 배우고 가르칠 때 기초와 규칙이 같거든요.”

현재 케이팝 댄스 수강생은 11~27살 사이의 소년·소녀·청년들이다. “케이팝 댄스를 열심히 추는 청소년에게 물어보면 ‘케이팝 댄스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주는 특별한 문화’라고 말해요. 케이팝 음악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케이팝 댄스를 직접 추는 걸 특별한 것이라고 여기는 거죠. 그리고 이들 공동체의 결속력이 매우 큽니다. 댄스 수업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서로 만나서 관심을 공유하고 친구가 되거든요.”

이 학원은 자체 수업을 통해 직접 강사를 양성한다. 수강생들을 잘 관찰해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잘 하는 학생을 강사로 뽑는다. 크리실레스의 학원에서는 4급 체제 운영되고 있다. 초급은 안무 중 간단한 몇 가지를 골라 배우지만, 최고급반인 마스터 단계에 도달하면 한 곡에 들어 있는 모든 안무를 다 소화한다. 곡 선정은 각 반 수강생에게 어떤 곡에 관심이 있는지 묻는데, 수강생들은 거의 가장 최신 곡을 선호하기 때문에 2주마다 새 곡에 새 안무를 배운다.

“지난번 방탄소년단(BTS)의 곡이 유튜브 신기록을 깼을 때 독일 민영방송 <자트아인스>(Sat1)가 우리 학원을 방문해 이 곡과 관련된 댄스 장면을 찍을 수 있겠냐고 문의해왔어요. 그때 곡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는데 강사들이 하루만에 안무를 배워 학생들을 지도하는 장면을 찍었지요.”

린디합 댄서이기도 한 베른트와 에스더 크리실레스 부부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 크리실레스 제공
린디합 댄서이기도 한 베른트와 에스더 크리실레스 부부가 춤을 추고 있다. 사진 크리실레스 제공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시작되기 전까지 상황을 본다면, 수강 수요는 느는 성장 추세였다. 크리실레스는 독일에서 케이팝 댄스에 매진하는 청소년 수는 약 1000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독일 청소년들이 이처럼 케이팝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팝이 특별한 점은 우선 케이팝 음악의 긍정적인 에너지입니다. 또 청소년들이 다른 친구들과 구별 짓기 좋은 종목이에요. 이국적인 요소, 케이팝 스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전문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곡 하나에 안무 하나에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되어 있어요. 이런 것들이 케이팝 댄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아요. 또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대단해요. 춤을 배우는 수강생들 중 대부분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요. 수업 시간에 간단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해요. 수업시간 인사도 한국말로 합니다.”

그럼 코로나 시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수강생들과의 친분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강사들이 학생 각자에게 연락해서 스스로 배우도록 돕고 있지요. 몇 가지 동작을 비디오로 보내주면 혼자 따라 해보는 걸로요. 하지만 함께 모여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재미로 추는 케이팝 댄스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건 매우 어려워요. 수강생들에게 이 모든 게 다 지나갈 거고 곧 모두 함께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이죠.”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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