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뉴욕 맨하탄의 한 식료품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글로벌 긴축의 시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주요국들이 최근 금리인상 폭을 줄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에선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뒤 ‘자이언스 스텝’(0.75%포인트 인상) 기조가 멈출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 인상 전망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50%를 넘겼다. 11월2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선 연준이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90%를 넘었지만, 12월부터는 인상 폭을 줄일 것이라 본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21일 “또 다른 0.75%포인트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0.75%포인트 인상이 영원할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길 추천한다”라며 “이제 속도 조절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 내에서 금융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20일 “연준 관계자들이 곧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내년 초에 금리인상을 멈추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선 신규 주택 판매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 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알파벳(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내달 7일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 잡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강 달러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이미 ‘속도 조절’ 쪽으로 기운 셈이다.
다른 중앙은행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캐나다 중앙은행(BOC)는 26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 예상했던 시장 예측과 달리 0.50%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예상을 밑돈 인상 폭만큼 눈길을 끈 것은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는 “긴축 국면은 끝에 접근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광범위하지만, 높은 금리가 성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기조가 끝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4일엔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은행(RBA)도 시장 예상보다 작은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결정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빅 스텝’을 멈췄다. 필립 로위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결정 후 성명에서 “금리가 짧은 시간에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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