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은 이번 겨울올림픽 개최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여름·겨울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됐다. 한국(서울, 평창)이나, 미국(로스앤젤레스, 솔트레이크 등), 일본(도쿄, 삿포로 등), 러시아(모스크바, 소치), 캐나다(몬트리올, 캘거리 등), 프랑스(파리, 알베르빌 등) 등 한 국가가 두 올림픽을 치른 경우는 많지만 한 도시가 두 올림픽을 치른 것은 올림픽 역사상 베이징이 처음이다.
일본과 한국이 그랬듯 올림픽은 사회·경제·문화·외교 등 개최국의 전반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2008년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여름올림픽은 그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여름올림픽의 극적인 효과를 맛본 중국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중국에서 빙등제로 유명한 ‘눈의 도시’ 하얼빈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하얼빈의 겨울올림픽 유치 도전은 베이징 올림픽 직후인 2009년부터 시작하지만, 여름올림픽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서 계속 주저 앉혔다.
하얼빈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야부리 스키장이 근처에 있고, 여러 겨울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지만, 겨울 날씨가 영하 30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등 경기를 하기에 너무 춥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베이징에서 1000㎞, 상하이에서 2000㎞나 떨어져 있는 등 동북쪽에 치우쳐 있는 점도 문제였다.
2013년께 이미 여름올림픽을 치렀고, 160㎞ 떨어진 배후지(허베이성 장자커우)에 스키장이 있는 베이징이 중국 겨울올림픽의 기수로 나섰다. 앞서 겨울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1998)와 캐나다 벤쿠버(2010)가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알뜰 올림픽’이 강조되던 때였다.
올림픽을 치를만한 경제력을 갖춘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들은 대부분 겨울에도 온도가 영상을 넘는 남동쪽에 있고, 서북 깊숙한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을 열고, 베이징 외곽 옌칭에서 알파인 스키와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 경기를,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스키 크로스컨트리 등을 열겠다는 계획을 들고 나왔다. 미디어센터 등 기존 베이징 여름올림픽 시설을 대거 재활용해 저렴한 올림픽을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12월21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스키장에서 제설기가 눈을 만들고 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대륙 간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중국의 2022년 올림픽 개최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2018년 평창과 2020년 도쿄 등 아시아에서 잇따라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22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드문 일이 벌어졌다. 유럽의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내부 사정 등의 이유로 개최를 포기하고, 중국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만 후보로 남은 것이다. 유럽 도시 4곳이 개최지 후보로 참여했지만, 노르웨이 오슬로와 스웨덴 스톡홀름이 비용 문제로 철회했고, 폴란드 크라쿠프는 유권자들이 직접 국민투표에서 올림픽을 거부했다.
베이징은 아시아 국가들의 잇단 올림픽 개최와 권위주의 정치 체제, 심각한 대기 오염 등으로 유리한 게 별로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겨뤄 44표 대 40표라는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중국 베이징 서북쪽에 인공눈으로 조성된 옌칭 지역 스키장(중앙 상단)과 봅슬레이 경기장(왼쪽 하단). 미 항공우주국(NASA)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스키 경기 등을 열기로 한 장자커우와 옌칭이 겨울 강수량이 매우 적은 눈 부족 지역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100% 인공 눈으로 스키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를 시행했다. 인공 제설이 물 부족 사태를 낳고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무시됐다. 한국의 평창 역시 90% 이상 인공 눈으로 경기를 치르는 등 인공 눈이 겨울스포츠의 불가피한 요소가 된 점도 작용했다.
중국은 장자커우에서 100㎞ 떨어진 저수지 등의 물을 산줄기를 따라 끌어왔고 제설기 400여대를 돌려 인공 눈 스키장을 건설했다. 베이징과 몽골 고비사막 사이에 거대한 눈 유원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인공 눈을 만드는 데 200만㎥의 물이 들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약 1억 명의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2015년 영국 <타임>은 중국에서 인공 눈을 만드는데 9천만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베이징 옛 서우강 철강공장에 세워진 경기장.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 등이 열린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개최, 시진핑 3연임 이유 중 하나 될 듯
올림픽이 어느 행사보다 정치적 이벤트로 자리 잡은 지금 중국은 올림픽 개최로 무엇을 얻게 될까? 중국 정부는 2015년 겨울올림픽 선정 당시 올림픽 개최로 겨울스포츠 인구를 3억 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 정화도 평가받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악명 높은 중국의 대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코로나19의 도움과 강제적인 공장 멈춤 등의 조처가 있긴 했지만 이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이 얻는 국내 정치적인 이득도 적지 않다. 올해는 시 주석의 두 번의 임기, 총 10년이 마무리되는 해로, 관례대로라면 그가 물러나고 새 지도자를 뽑게 된다. 겨울올림픽 개최는 시 주석의 은퇴식으로 적절한 무대가 될 수 있었다. 2015년 당시 시 주석이 3연임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하반기 그의 3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시 주석에게 또 하나의 연임 이유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2008년 부주석으로서 여름올림픽 준비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는 그가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받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베이징/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