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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아파트 1억채? ‘신공항 호재’ 베이징 위성도시도 ‘유령 단지’

등록 2023-09-26 06:00수정 2023-09-26 15:42

[디비딥 차이나] 중국 부동산 거품 현장 가보니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융칭현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완공했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이 비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융칭현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완공했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이 비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베이징 다싱) 신공항과 가까워 베이징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많이 샀는데, 임대가 안 나가고 있어요. 우리 동도 거의 비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60~70㎞ 떨어진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 10개 동에 1천가구 가까운 큰 단지이지만, 주차된 차량이나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깨진 유리창과 녹슨 철문, 정돈되지 않은 화단들이 곳곳에 보였다. 인적 드문 단지를 1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다 어렵사리 이곳에 사는 주민 가오(가명, 30대 남성)를 만났다.

지난해 아내, 아이와 함께 이사 와 살고 있다는 가오는 “우리 라인에 19층까지 있는데, 딱 두 집이 살고 있고, 옆 라인은 여섯 집이 산다”며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택배도 받을 수 있긴 한데, 슈퍼도 없고, 식당도 없어 불편하다”고 했다.

2017년 공사를 시작해 2019년 완공 예정이던 이 아파트 단지는 건설회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1~2년 전에야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 입주 가구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지인이 투자 목적으로 사들였거나 아예 팔리지 않은 가구들이 많아 대부분의 동들이 버려진 건물처럼 비어 있다.

아파트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가오는 “우리 집을 1㎡당 1만위안(183만원)이 넘게 주고 샀는데, 현재는 5천위안(91만5천원)도 되지 않는다”며 “손해가 크다”고 했다.

2021년 가을 터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40년 묵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지는 신호탄이었다. 1980년대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부동산 부문은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하지만 과잉 투자로 인해 누적된 거품이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터지며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중국 전역에 산재한 수많은 ‘빈집’은 중국 부동산 정책의 대실패를 보여준다.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융칭현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완공했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이 비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융칭현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완공했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이 비어 있다. 최현준 특파원

완공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건물은 이곳뿐이 아니다. 이 단지와 큰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단지도 비슷하게 입주 가구가 거의 없었다. ‘베이징 출퇴근족’들이 들어와 살 것이라는 기대로 랑팡 외곽 지역에 단지들이 세워졌으나, 주택 과잉 공급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유령 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랑팡 외곽에서 기차역(랑팡역)이 있는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곳곳에 짓다 만 아파트들이 눈에 띄었다. 15층, 20층, 30층 등 뼈대가 이미 완성된 잿빛의 고층 건물들이 녹색 방수포가 씌워진 채 도심 곳곳에 서 있었다. 랑팡이 고향이라는 택시 기사 왕(가명, 50대 남성)은 운전 도중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 아파트는 공사가 중단된 지 1년 됐다”, “저 아파트는 1~2년 전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저기는 몇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람들이 떠났고, 빈집도 크게 늘었다”며 “1㎡당 2만~3만위안 하던 집값이 지금 4천~5천위안까지 떨어진 곳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국 부동산 위기 직전인 201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 착공했다가 짓기를 멈춘 아파트들이었다. 2010년대 초부터 베이징의 과도한 확장을 막고 중산층의 주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베이징과 인접한 랑팡에 수만, 수십만 채의 아파트 건설 계획이 세워졌다. 건설 역량을 갖추지 못한 건설사들이 공사를 벌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맞았다. 베이징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궈(가명, 40대 남성)는 “건설 허가를 완벽하게 받지 않았거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분양 대금을 다른 곳에 썼다가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며 “랑팡뿐 아니라 베이징 외곽에도 이런 미완성 건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중국 경제 연구소는 랑팡 전체 주택의 19%, 즉 5가구 중 1가구가 미완성됐거나 거주자 없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안츠구에 짓다 만 아파트들이 서 있다. 최현준 특파원
18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안츠구에 짓다 만 아파트들이 서 있다. 최현준 특파원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실체는 빈집 관련 통계에서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주택과 사무실 등 미분양 건물의 면적을 매달 발표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자국 내 미분양 건물의 면적이 지난달 말 기준 6억4795만㎡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중국 3~4인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인 90㎡로 나누면 약 720만채의 빈집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전체 가구 수가 3억~4억가구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2~3%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안팎의 경제연구기관들의 추정치는 이보다는 더 크다. 이들은 최근 몇년 새 중국 내 빈집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 중국 전역에 대략 4천만~1억3천만채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시난재경대학은 2019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7년 기준 중국 도시 지역의 빈 주택이 총 6500만채로 전체 주택(당시 추산 3억200만채)의 21.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가장 발달한 ‘1선 도시’의 빈집 비율은 16.8%이며, 청두·충칭·우한 등 2선, 3선 도시의 빈집 비율은 각각 22.2%, 21.8%로 조사됐다. 정부 발표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다. 시난재경대학의 통계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7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현재는 이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난재경대학의 추정치보다 갑절 더 많은, 약 1억3천만채의 빈집이 있다는 추산도 있다. 헝다 부도 위기 사태가 막 시작된 2021년 10월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영국의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스가 내놓은 분석 결과를 인용해, 중국 전역에 아직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가 3천만채, 분양 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아파트가 1억채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시엔엔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 의해 재인용됐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추산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최근 누리집에 “중국 전체 가구 수가 3억2천만~3억6천만채로 추산된다. 1억3천만채가 빈집이라면 적어도 3집 중 1집은 비어 있다는 것인데 중국의 빈집이 이 정도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싱크탱크인 베이커연구원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중국 28개 주요 도시의 빈집 비율이 12.1%라고 발표했다. 앞서 시난재경대학이나 캐피털 이코노믹스 추계보다 한층 낮은 추정치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20%에 가까운 몇몇 도시의 공실률이다. 장시성 최대 도시인 난창의 공실률이 20%로 가장 높았고, 허베이성 랑팡이 19%, 광둥성 푸산이 18%로 뒤를 이었다. 난창과 랑팡은 인구 500만 이상, 푸산은 700만 이상 도시이다. 이 도시들에서 5집 가운데 1집 정도가 비어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반면, 베이징·상하이 등 4대 1선 도시의 평균 공실률은 7%, 이들 도시보다 한 단계 아래인 2선 도시는 12%, 3선 도시의 공실률은 16%로 조사됐다. 1선 도시보다 2선, 3선 도시의 공실률이 높은 것은 시난재경대학의 조사에서도 확인되는 결과이다.

베이커연구원이 조사한 28개 도시의 평균 공실률 12.1%를, 중국 전체 도시 가구 수(3억4천만)에 적용하면, 약 4100만채의 집이 비어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중국 누리꾼들은 빈집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 ‘실제와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 일부 부정확한 데이터가 있고, 내부 연구자료였다며 보고서를 비공개 조처했다.

베이징 랑팡/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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