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진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톈진/로이터 연합뉴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여 있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7천억원 규모 회사채의 상환 기간 연장을 승인 받았다.
3일 로이터통신 등 보도를 보면, 비구이위안의 채권단은 지난 1일 표결을 통해 39억4천만위안(7161억원) 규모의 위안화 회사채의 상환 기한을 2026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채권자 중 56.1%가 찬성했고, 43.6%가 반대했다. 이번 채권은 9월4일 만기를 맞는 채권으로, 회사는 앞으로 3년 동안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심각한 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놓여 있던 비구이위안은 시간을 벌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짜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약 298억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진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위안화 표시 채권 6종 등 총 11종의 채권 거래가 중단됐다.
2021년 가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가 부실화된 뒤 이 회사와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자리를 놓고 다퉜던 비구이위안까지 최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물론 중국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비구이위안이 지난달 7일 지급하지 못한 달러 채권 2종 이자(2250만 달러)의 상환 유예 기간이 다음 주 끝난다. 또 10월, 연말, 내년 초까지 채권 만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비구이위안이 보유한 부채 가운데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는 2579억위안(46조6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1087억위안이 12개월 이내에 만기를 맞는다.
비구이위안의 영업 실적도 급락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489억위안(8조9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날 “향후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특정 차입금에 대한 금융 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31일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채무불이행 바로 윗 단계인 ‘Ca’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Ca는 채무불이행을 뜻하는 최하위 C 등급의 바로 윗 단계다. 투기적인 성격이 강하고 채무불이행 수준 또는 이에 매우 가깝지만, 일정 정도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있는 단계를 뜻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