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중국 베이징에서 배달기사들이 신호등 앞에 정차해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중국은 ‘배달의 왕국’이다. 베이징 주택가에서 커피를 배달시키면 15~20분 안에 받을 수 있다. 20위안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도 할인권이 붙어 배달료를 1위안(185원)만 내면 되는 경우도 있다. 커피, 음식은 물론이고 슈퍼에서 파는 잡화나 과일·제과·케이크·술·꽃·의약품·화장품·휴대전화 등 배달되지 않는 게 없다.
중국의 배달료가 5~10위안(920~1850원)으로 싼 것은 배달기사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다. 중국 최대 배달 앱 회사인 ‘메이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에 등록된 배달기사 수가 624만명이다. 두번째로 큰 배달 앱 회사인 ‘어러머’의 배달기사 수 114만명을 합치면 중국 전역에 배달기사가 총 738만명에 이른다. 중국 경제일보 보도를 보면, 배달기사들이 지난해 배송한 수량은 331억건으로 하루 평균 9190만건이었다. 738만명의 배달기사들이 하루 12~13건씩 배달하는 셈이다.
배달기사의 수도 급증 추세다. 메이퇀의 배달기사는 2019년 398만명, 2020년 470만명, 2021년 527만명, 2022년 624만명으로 3년 새 57% 증가했다. 여성 배달기사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고, 박사 출신 배달기사가 등장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의 청년(16~24살) 실업률이 20%가 넘으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배달기사들은 소득이 낮은 농촌 지역 출신이 많다. 메이퇀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배달원의 81.6%가 농촌 지역에서 왔다고 밝혔다. 교육 수준이 낮아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 청년들이 도시로 오면서 접근하기 쉽고 소득이 낮지 않은 배달기사가 된다.
수백만명의 배달기사를 거느린 배달 앱 회사 메이퇀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200억위안(40조7천억원), 순이익은 28억위안(5180억원)이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배달에서 발생하지만, 회사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국 각 도시별로 하청을 준다. 노란색 메이퇀 안전모를 쓴 수백만의 배달기사들이 실제로는 이름 없는 소규모 자영업체에 소속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달 앱 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배달기사의 한달 수입은 5천~7천위안(92만~129만원) 정도다.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만위안(185만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2720달러(1727만원)였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노동 강도가 워낙 높고 위험하다. 중국 내에서도 처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의 교수와 공무원 등이 직접 체험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 린이대학 싱빈 교수는 지난해 말 배달 플랫폼에서 한달 동안 일해본 경험을 적은 보고서(2022년 겨울, 나는 린이에서 배달을 했다)를 발표했다. 싱 교수는 이 글에서 “배달 플랫폼 회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딱 알맞은 만큼 노동자를 고용하고, 배달기사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게 한다”며 “기사들이 심신을 회복하거나 돈을 모으지 못하도록, 당나귀처럼 이 마구간에 단단히 매여 있게 한다”고 썼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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