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홍콩 빅토리아항에서 시민들이 중국 국기와 홍콩 국기를 들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다음달 1일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5주년이 된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인들에게 ‘한 나라, 두 제도’를 보장하는 일국양제가 “5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올해로 절반이 지났지만, 홍콩은 이미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오른쪽) 국가주석과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반환 25주년 기념일에 취임하는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는 지난 19일 차기 행정부의 주요 관리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 팀은 여러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출신이 다양하고, 단결되고, 집행력이 강해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 공산당)은 이미 차기 정부에 홍콩의 깊은 갈등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리 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19일 리 당선자의 발표를 보면, 에릭 찬 전 행정장관 사무실 주임이 정부 2인자인 정무사장(부총리)에 임명됐고, 재정사장에는 폴 찬 현 부총리가 유임됐다. 법무사장은 홍콩변호사협회장을 지낸 폴 람이 맡는다. 기존 각료 중에 3명이 유임됐다.
홍콩 정부와 친중파 진영은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홍콩이 이미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 단계를 넘어 부흥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일국양제가 성공적으로 실천돼 홍콩에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홍콩인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말 영국 내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홍콩에서 모두 1만9500명이 영국해외국민여권(BNO) 비자를 신청해 전 분기보다 25% 늘었다. 올 3월 말 현재 영국 이민 신청이 총 12만건에 이르고 점점 증가하고 있다. 홍콩인들이 현 정치 상황과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홍콩 사회는 오랫동안 여러 문제에 직면해왔다. 홍콩은 경제 발전으로 세계 최고의 국제도시가 됐지만 극심한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서민들은 오랫동안 높은 물가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허덕이고, 권력은 재계 등 기득권층이 쥐고 있다. 진정한 민주 정치가 부재해 시민들의 민원과 분노가 쌓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와 인내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특히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직접 촉발한 것으로 평가받는 리 당선자가 책임지고 퇴진하기는커녕 행정장관으로 선출됐다. 경찰 출신인 리 당선자가 경찰 출신을 주요 관료로 계속 중용하고 있어 향후 매파적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홍콩 한 아파트에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국기와 홍콩 국기가 걸려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홍콩·마카오 문제를 주관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존 리 행정부의 인선이 발표된 뒤 성명을 내어 차기 홍콩 정부에 △주택 △통관 △빈부격차 △청년 문제 등 ‘두드러진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라고 했다. 또 일국양제의 실천은 새 정부의 포기할 수 없는 의무로 새 정부가 헌법상 책임을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하고,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한다’는 원칙, 국가안보를 위한 법률과 집행 메커니즘, 중앙정부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현할 것도 요구했다. 리 당선자는 “행동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겠다. 이른 시일 안에 이견을 좁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 전인 2017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새 정부팀을 발표했을 때 베이징이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번엔 베이징이 나서 새 정부에 분명한 요구를 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관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두 정권에서 보듯 민심을 저버린 관료들이 결국 재임되거나 승진했다. 이들을 교체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는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으로 간주됐다. 차기 정부도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다룰 것이다. 여론을 전면 통제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다른 의견은 허용하지 않은 채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