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이란 히잡 시위에 석유·가스 노동자도 합세…정권 흔들까

등록 2022-10-11 10:31수정 2022-10-18 16:07

석유·가스 노동자들 파업 시위 영상 SNS 퍼져
팔라비 왕조 무너질때도 에너지부문 시위 큰영향
이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 AP 연합뉴스
이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 AP 연합뉴스

이란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부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10일(현지시각)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고 체포됐다 숨진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파업과 시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며 이들의 시위 참여가 이번 사태에 끼칠 영향에 대한 셈법이 분주해졌다.

이날 <에이피>(AP), <로이터> 통신 등은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도시 아살루예의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 수십명이 모여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이라고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트위터에 공유된 시위 영상을 보면, 수십명의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서서 “두려워하지 마, 겁내지 마, 우리 모두 함께야”라는 구호를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부를 때 ‘아야톨라’(시아파 고위 성직자란 뜻)를 붙이는 것을 거부하며 “올해는 세예드 알리가 전복될 피비린내 나는 해”라고 외쳤다. 부셰르 지역은 남부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이란의 대표적 항구 도시다. 원전, 화학공장, 정유소, 천연가스 시설 등 각종 에너지 시설이 모여있는 공업 지역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대규모 정유소가 있는 쿠웨이트에 인접한 석유수출항 아바단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석유노동자 시위조직위원회’에서 나온 성명을 인용해 “우리는 지금이 광범위한 시위를 벌여야 할 때를 선언한다. 전국적인 파업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은 길 위의 시작일 뿐이며 우리는 매일 전 국민과 함께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노동자들의 시위를 ‘임금 분쟁’으로 묘사하면서 이들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이란 석유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두번째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에서 에너지 분야 노동자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합세하면서, 이번 사태가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3년 전 이란과 체결했던 이란핵협정(JCPOA)를 일방 파기하면서 이란산 석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가혹한 경제 제재 조처를 되살렸다. 이후 이란의 경제 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 그에 더해 최근 들어선 소비자 물가가 전년보다 40~50% 급등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시위에 에너지 분야 노동자들까지 참여한 모습이어서, 이란 정부에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때도 석유 노동자들과 이란 상인들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에 나서며 팔라비 왕조가 무너졌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드자드푸어 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란의 에너지 수출은 여전히 그들 경제의 생명선이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석유 의존도가 (이란혁명이 발발한) 1979년에 비해서는 낮지만, 석유화학 노동자들의 크고 지속적인 파업은 정권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 힘든 겨울 온다…트럼프 지원 끊으면 유럽도 감당 어려워” 1.

“우크라 힘든 겨울 온다…트럼프 지원 끊으면 유럽도 감당 어려워”

“청나라 시절 시작한 식당” 자부심…‘20초 먹방’에 무너졌다 2.

“청나라 시절 시작한 식당” 자부심…‘20초 먹방’에 무너졌다

3모작도 가능한 땅에…“200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했다” 3.

3모작도 가능한 땅에…“200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했다”

트럼프, 취임날 비상사태 선포하나…“불법 이민자 추방 검토” 4.

트럼프, 취임날 비상사태 선포하나…“불법 이민자 추방 검토”

우크라, 러에 최대 드론 공격…러시아도 맞대응 5.

우크라, 러에 최대 드론 공격…러시아도 맞대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