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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0대 청소년, 유명인까지 가세…이란 히잡 반대 시위 ‘새 국면’

등록 2022-10-06 11:57수정 2022-10-18 16:05

교복 차림 여학생들, 교사에게 반발 시위
하메네이 등 최고 지도자 초상 모욕하기도
알살라니·비노쉬 등, 긴 머리 자르며 연대
지난 4일 이란 파르스 지역 시라즈에 있는 한 학교에서 여학생 수십명이 운동장 연단에서 훈화하는 교사를 향해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파르스 지역 시라즈에 있는 한 학교에서 여학생 수십명이 운동장 연단에서 훈화하는 교사를 향해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히잡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17살 여성 니카 샤카라미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의 10대 여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시위의 ‘제2의 기폭제’가 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이란 사태가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5일 영국 <가디언> 등은 주요 외신들은 교복에 책가방을 맨 이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기관을 향해 우르르 행진하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게 잡혔다 숨진 ‘마흐사 아미니’와 시위 도중 숨진 것으로 보이는 ‘니카 샤카라미’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걸었다.

또다른 영상에는 학교 운동장의 농구 코트로 보이는 곳에서 여학생 수십명이 모여 앉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여성, 생명,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학교 운동장 연단에 올라 훈화하는 교사를 향해 수십명의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영상도 있다. 한 영상에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학생들이 교실 벽에 걸린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진을 향해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를 담은 손가락을 단체로 내보이고 있다. 모두 이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 동영상들이다.

지난 3일, 이란 카라지의 한 고교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학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교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3일, 이란 카라지의 한 고교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학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교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4일 이란 쿠르디스탄 지역 사케즈의 한 거리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쿠르디스탄 지역 사케즈의 한 거리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의회에서 머리카락을 자른 이라크 출신 스웨덴 의원 아비르 알살라니. 유튜브 갈무리
유럽의회에서 머리카락을 자른 이라크 출신 스웨덴 의원 아비르 알살라니. 유튜브 갈무리

벌써 20일째 이어지는 이번 시위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새 주체로 부각된 것은 ‘시위에 참여한다’며 지난달 20일 집을 나선 또래 여성인 샤카라미의 죽음 때문이다. 그가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말을 남긴 뒤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10대 여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에 더해 샤라카미의 주검이 경찰에 의해 강제 매장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시위대는 더 격렬히 응집하고 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시위대의 기세에 정부를 적극 대변해오던 이란 언론들도 의문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란의 강경 보수 일간지 중 하나인 <좀후리 에슬라미>(Jomhuri Eslami)는 4일 사설에서 “외국의 적들도 국내의 반대나 불만 없이는 도시를 폭동 상태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혼란이 ‘외국의 적’ 때문이라는 라이시 대통령과 하메니이 최고 지도자의 인식에 이견을 드러낸 것이다.

영향력 있는 여성들도 이란 여성들의 시위에 지지의 뜻을 전하며 연대하고 있다.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EU)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Abir Al-Sahlani)는 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며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외치며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 말했다. 오스카상을 받았던 프랑스 유명 배우 줄리엣 비노쉬 역시 이란 시위에 연대하는 의미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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