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각) 런던 다우닝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러스 총리는 콰지 콰텡 재무장관을 해임하는 한편, 미니 예산안의 내용 중 하나인 법인세 인상 철회 계획을 뒤집는다고 발표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재무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부른 감세정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법인세 인상 철회도 뒤집었다.
14일(현지시각) 영국 총리실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의 후임으로 테레사 메이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던 제레미 헌트가 취임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콰텡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서 콰텡 장관은 “총리께서 사퇴할 것을 권유했고 받아들였다”고 썼다. 트러스 총리는 답신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물러나는 결정을 깊이 존중한다”고 했다.
콰텡 재무장관의 후임으로는 제레미 헌트가 취임한다. 헌트 전 장관은 이번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의 경쟁자였던 리지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했다. 2019년에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보수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장 혼란을 야기한 ‘미니 예산안’의 핵심 중 하나인 법인세 인상 철회 계획도 취소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콰텡 장관 경질 소식이 알려진 뒤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를 예정대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3일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자존심을 굽힌 것이다. 전임 존슨 총리는 2023년부터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트러스 총리는 미니 예산안을 발표하며 이를 뒤집은 바 있다.
<비비시>(BBC)는 “총리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리는 자신의 법인세 인상 결정이, 정부가 재정 균형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경제 상황은 물론 자국의 중앙은행(잉글랜드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와도 맞지 않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렀다. 트러스 총리가 이달 들어 뒤집은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와 법인세 인상 철회는 이 감세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재원 마련이 불확실한 감세안에 영국 파운드화는 한때 달러화와 1대 1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고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트러스 총리의 ‘정책 유턴’ 기자회견에도 영국 파운드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짐 오닐은 <블룸버그> 통신에 트러스 총리의 기자회견이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러스 총리가 법인세 계획을 뒤집긴 했지만 더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며 “영국의 성장 목표나 구조를 믿어야 할 추가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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