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지난 5년여 동안 제기돼 왔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23일 확정됐다. 이날 베일을 벗은 5년 동안 중국을 이끌 중국공산당 차기 최고지도부 6명도 전원 그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2012년 돛을 올린 ‘시진핑 시대’가 10년 만에 사실상 ‘시진핑 독주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날 낮 12시6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 기자회견에서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당 서열에 따라 줄지어 입장했다. 당 총서기 시진핑 주석의 뒤를 이어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 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당 서기가 붉은 무대를 걸어 들어왔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중국을 이끌 공산당 새 최고지도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각각 국무원 총리, 전인대 위원장, 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 중국 당과 정부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된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를 세운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집권당인 공산당이 정부·의회·군대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를 이끌어 나간다. 시 주석의 3대 보직 중 가장 중요한 것도 이날 확정된 당 총서기직이다. 그의 국가주석직은 내년 3월 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을 제외한 상무위원 6명은 예상대로 시 주석과 근무 인연 등이 있는 최측근인 이른바 ‘시자쥔’으로 전원 채워졌다. 이전 19기(2017~2022년) 당 지도부에는 시 주석과 다른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으로 분류되는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정협 주석 등이 포함됐었다.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던 정치적 균형이 깨진 것이다. 장쩌민 전 주석 시대 이후 형성됐던 당 최고 지도부의 ‘집단 지도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시진핑 1인 영도 체제’가 강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당 최고지도부인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 서기,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관심을 모은 2인자 자리인 국무원 총리직은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가 후춘화 부주석을 제치고 차지했다.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리 서기는 올해 3~6월 상하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인한 장기 봉쇄의 책임 때문에 총리직에서 멀어졌다는 예상이 많았었다. 당 안팎의 여론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시 주석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방증으로 꼽힌다. 그와 경쟁했던 후 부주석은 7인의 상무위원에 포함되지 못했다.
새 상무위원 가운데 50대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에도 시 주석의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50대 초·중반 정치인을 상무위원에 임명해 5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한 뒤 최고지도자로 뽑는 관례가 있었다. 시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모두 54살에 당 상무위원이 된 뒤 59살에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2017년 19기 지도부 출범 때도 같은 상황이어서 시 주석의 3연임이 예상됐고 실제 현실화됐다. 시 주석이 ‘3연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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