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사옥의 로비.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크게 성장했던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이 눈앞에 닥친 경기 침체와 콘텐츠와 광고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각) 올해 빅 테크 기업들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 넘게 계속되며 비대면 산업의 호황으로 애플·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크게 늘렸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제품 판매와 온라인 광고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빅 테크 기업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계속 번창한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이제 돈이 술술 벌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빅 테크 기업들이 ‘최강 5등급 폭풍’ 같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1980년대 록스타들처럼 돈을 지출해왔지만, 이제 고정된 예산으로 노인들처럼 지출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원인은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에 따른 고금리 정책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유럽연합(EU)의 새 규제 △신생 기업 증가로 인한 경쟁 증가 등 다양했다. 이 여파로 빅 테크 회사들을 지탱해온 광고 수익이 크게 줄었다. 리서치 회사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빅 테크 대표 기업 구글과 메타는 지난해 미국의 디지털 광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유럽연합의 규제 강화는 올해 빅 테크 기업들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될 전망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유럽의회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과시켰다. 주요 플랫폼의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폭력 등 유해 콘텐츠를 제한하고 업체들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광고하는 것도 규제한다. 유럽연합뿐 아니라 영국·인도 등도 유사 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어 빅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국제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앤 휘트 프랑스 그랑제꼴(EDHEC) 경영대학원 앤 휘트 교수(법학)는 “유럽연합들의 규제는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적으로 압력이 커진다면 조만간 빅 테크 회사들은 규제를 경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 테크 기업들은 새 규제를 준수할 계획이다. 구글의 대변인은 “새 프로세스에 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유럽연합과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규제 관련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올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초 빅 테크 업계는 이미 ‘긴축’으로 경영 방침을 전환해 비용 절감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력 감축이다. 아마존은 5일 올해 초 1만8000명의 감원 방침을 발표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1일 계열사 베릴리에서 직원 15%를 줄이기로 했다. 메타플랫폼도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직원의 13%인 1만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